중동 원유수출 회복세에 '찬물'…이란 호르무즈 공격 다시 증가(종합)

입력 2026-10-05 20:40
중동 원유수출 회복세에 '찬물'…이란 호르무즈 공격 다시 증가(종합)

9월 중동 원유 수출량 전쟁 전 90% 수준 회복했지만 다시 위축 징후

일주일 새 선박 공격 최소 8건…혁명수비대 경고에 유조선 한척 회항



(요하네스버그·서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송진원 기자 =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량이 지난 달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되자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의 선박 공격이 재개됐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전했다.

해운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8일까지 이란을 제외한 중동 지역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최소 1천650만 배럴에 달했다. 이 지역이 지난 2월 전쟁 발발 전 하루 1천900만 배럴 가까이 수출한 것에 비하면 87% 수준까지 회복된 것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총수출량만 8월 하루 245만 배럴에서 9월 690만 배럴로 반등한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몇 주간 원유 수송량이 빠르게 회복된 것은 미 해군의 호위 작전과 함께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 연안의 이란 측 데이터·통신 시설을 무력화한 이전의 잇따른 공격 덕분이었다.

이와 함께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산유국들이 정교한 '셔틀 운항' 방식을 구축한 것도 도움이 됐다. 유조선이 페르시아만 내에서 원유를 적재한 뒤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와 해협 밖에서 대기 중인 다른 선박으로 원유를 옮겨 싣는 방식이다.

물론 여기엔 만만치 않은 경제적 부담이 뒤따른다.

석유 연구업체 코모디티 콘텍스트의 설립자 로리 존스턴은 "최근의 원유 수송 속도는 인상적이긴 하지만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았으며 이미 막대한 비용을 치른 결과"라고 말했다. 선박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걸프 지역 산유국들은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호르무즈 해협을 왕복하는 셔틀 운항 한 번에 3천만∼4천만 달러(배럴당 15∼20달러)의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선박 공격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지난달 28일 이후 이달 3일까지 이 해협 주변에서 선박을 대상으로 한 7건의 공격을 보고했다. 이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부근에서 일어났다. UKMTO는 4일에도 또 다른 선박이 공격받았다고 밝혔으나 사건 발생 시점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위협은 5일에도 계속됐다.

UKMTO는 5일 오만 카사브에서 북쪽으로 11해리 떨어진 해역에서 호르무즈 해협으로 진입하던 유조선 한 척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호출을 받았으며 "회항하지 않으면 선박이 공격받을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그에 따랐다는 선장의 보고를 전했다.

IRGC 해군은 지난 3일에도 미국의 지원을 받아 해협을 통과하려는 선박들에 피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WSJ이 입수한 해당 무선 메시지에는 "미 해군을 믿지 말고, 남쪽 통로를 절대 이용하지 말며, 목숨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라"고 적혀 있었다.

분석가들은 이란의 재개된 공격이 이미 타격을 주고 있을 수 있으며, 원유 수송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초기 징후가 보인다고 말한다.

코모디티 콘텍스트의 존스턴은 최근 며칠간 잠재적인 감소세를 목격했으며, 초기 집계에 따르면 일일 수송량이 200만∼300만 배럴 감소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한 미국 당국자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이란의 선박 공격 능력이 향상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위험성이 더 커졌다고 한다. 이 당국자는 미국이 몇 주 전 테헤란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을 타격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이란이 요르단의 미 공군 기지에 미사일 공세를 퍼부은 뒤 그 계획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WSJ은 이란의 새로운 선박 공격은 원유 수송량 회복세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어떠한 새로운 수송 차질이든 고유가와 금리 인상으로 이미 어려움을 겪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달 중동 지역의 원유 수출량이 회복됐음에도 국제 기준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공격이 재개될 경우 원유 수송량이 다시 위축되고 운임 및 보안 비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마드 후세인은 "선박에 대한 공격이 강화한 것은 석유 시장의 현재 균형이 얼마나 취약하고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특히 상황이 더 악화해 에너지 인프라가 표적이 될 경우 더욱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원유 기준가인 브렌트유는 지난 2일 배럴당 102.25달러에 마감하며 주간 기준 약 5% 상승했다. 후세인은 브렌트유 가격이 연말까지 배럴당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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