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믿고 정보 맡겼는데"…잇단 사고에 금융소비자들 '불안'

입력 2026-10-02 20:20
"은행 믿고 정보 맡겼는데"…잇단 사고에 금융소비자들 '불안'

KB국민·신한·하나은행서 정보유출…"내 정보도 털릴까 걱정"

AI 공격 가능성에 불안 가중…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도흔 기자 =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달아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며 금융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은행들이 사고를 인지한 뒤 피해 고객에게 개별 안내하고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은행을 믿고 맡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것 자체가 불안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직장인 이모(29)씨는 2일 "신한은행에서 적금을 들고 있고, 하나은행에서 월급통장을 쓴다"며 "돈과 직결되는 은행의 보안이 이렇게 허술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20대 대학원생 김모씨 역시 "은행 앱으로 금융거래를 거의 매일 하는데, 내가 모르는 사이 개인정보가 빠져나갔다고 하니 뭘 어떻게 조심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며칠 사이 주요 은행들에서 비슷한 소식이 나와서 지금 사용하는 은행도 괜찮을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고는 신한은행에서 약 2만5천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전날 알려지며 시작됐다.

이어 KB국민은행에서 고객 119명의 개인신용정보가 외부 침해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하나은행에서도 외부 해킹 세력의 영업지원시스템(ODS) 접근으로 고객 89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유사한 해킹 시도를 겪은 사실이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인터넷·모바일뱅킹 거래 시스템과는 별개의 업무지원 시스템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며, 금융거래 정보 자체가 유출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30대 권모씨는 "은행은 돈을 취급하는 곳이고 거대 조직이라 어느 곳보다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개인정보도 믿고 맡겼다"며 "그간 다양한 곳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은행 건은 충격과 불쾌감이 특히 크다"고 밝혔다.

그는 "유출 현황과 전산을 직접 들여다보지 못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탈취된 정보로 향후 금전적 불이익을 입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공포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주요 은행들이 AI 에어전트를 활용한 무차별 공격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자영업자 박모(43)씨는 "AI가 해킹 과정에서 활용된다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공격이 이뤄지는 걸 텐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지조차 막막하다"고 밝혔다.

스미싱과 보이스피싱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학원생 김씨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대출이나 피싱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여 불안하다"며 "당분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일단 보이스피싱부터 의심할 것 같다"고 했다.

잇따른 사고에 금융위원회는 이날 신진창 사무처장 주재로 '금융권 긴급 상황대응 회의'를 열고 정보유출 사고와 공격 유형, 대응 방향 등을 논의했다.

소비자들은 사고 발생 이후의 보상뿐 아니라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보안 강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는 "사고가 터진 후 보상을 안내하는 것만으로는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다"며 "사고 발생 과정을 은행들이 투명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권씨는 "보상도 중요하지만 추후 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본다"며 "금융사들이 어떤 부분을 보완했는지 이후에 구체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leed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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