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사업구조 개편, 계열사 이중상장으로 이해충돌 지속 야기"

입력 2024-09-30 14:55
"재벌 사업구조 개편, 계열사 이중상장으로 이해충돌 지속 야기"

두산 불공정 합병 방지 정책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불공정 합병 논란을 촉발한 두산그룹 사례처럼 대기업집단의 사업구조 개편은 계열사 중복 상장으로 인해 향후 지속적으로 주주 간 이해충돌을 부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제개혁연대 부소장)는 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주최한 정책토론회에서 "모회사만 상장하고 모회사가 비상장 자회사를 100% 소유하는 구조였으면 두산[000150] 등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지난 7월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 자회사 두산밥캣[241560]을 두산로보틱스[454910]와 합병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으나,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밥캣과 로보틱스 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철회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 간 분할합병은 철회되지 않았고 금융감독원의 정정 요구로 현재 분할합병비율을 수정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원래 지주회사는 지주사 하나만 상장하고 자회사를 100% 가져가서 구조조정을 원활히 하자는 게 도입 취지다. 상장회사는 딱 하나고 나머지는 비상장, 이렇게 가서 이해 상충도 없게 하자는 건데 지금 지배구조는 누더기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에너빌리티, 밥캣, 로보틱스 다 상장사고 두산은 계열사가 20여개 되는데 상장 계열사가 7개나 된다는 건 이해관계를 충돌시키겠다고 선언한 거나 진배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에너빌리티와 밥캣, 어느 곳의 이사회도 주주를 위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합병과 관련이 없는 두산그룹 상장 계열사도 모두 논란 이후 주가가 하락했다고 짚었다.

그는 "CJ그룹도 CJ CGV[079160]가 대규모 유상증자를 한다고 했을 때 계열사 주가가 전부 하락했다. 이런 것이 주식시장의 시스템 리스크"라면서 "이런 게 밸류다운이고, 이런 게 사라져야 밸류업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재벌의 사업구조개편은 계열사 이중상장 등으로 인해 향후에도 계속 이해충돌 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집단 규모 위주의 확장 경영은 분할·합병과 뗄 수 없는 관계를 형성하고, 이는 이해관계 충돌을 계속 발생시킨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LG화학[051910]의 LG에너지솔루션[373220] 물적분할 상장에서처럼 신규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을 위해 계열사 중복상장은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는 일반주주 이익 침해 논란을 부른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공정한 합병비율 산정과 지분 100% 공개매수,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 소수주주 과반결의제(MoM)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소수주주 과반결의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안건에서 지배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으로, 해당 의사결정이 전체 주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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