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톺] 금리인하 효과 삼켜버린 '반도체주의 겨울'
삼성전자 2%·SK하이닉스 6% 급락에 코스피 '얼음'
외인 반도체주 투매…亞증시 동반 강세와 대비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국내 증시가 19일 미국의 기준금리 '빅컷'(50bp 인하)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미국 금리 인하로 인한 위험선호 심리 확대로 아시아증시 대부분이 상승했지만, 한국은 연휴 사이 외국계 증권사 모건스탠리가 내놓은 반도체 보고서가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으로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2.13%, 대만 가권 지수가 1.68%, 홍콩 항셍지수가 2.16% 오르는 등 뚜렷한 강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표다.
시가 총액 1, 2위인 삼성전자[005930](-2.02%)와 SK하이닉스[000660](-6.14%)를 비롯한 반도체주 하락이 지수 상방을 제한하는 모습이었다.
금리 인하와 미국의 생물보안법 수혜 기대감에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5.96%)가 역대 최고가를 기록하며 '황제주'에 등극하고 셀트리온[068270](3.23%)도 오르는 등 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였고, 현대차(3.80%), LG전자[066570](4.89%), 기아[000270](2.99%)도 강세를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9월 들어 2거래일을 제외하고 약세를 지속한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6만2천200원까지 하락해 52주 신저가를 또 경신했다.
15만2천800원으로 마감한 SK하이닉스는 장중 한때 11% 넘게 하락해 14만4천700원까지 내려서기도 했다. 지난 7월 11일 24만8천500원까지 올라 '25만닉스'를 바라봤던 SK하이닉스는 두달여만에 '15만닉스'도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반도체주 약세는 추석 연휴 기간 중 나온 모건스탠리 보고서 영향으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된 이후 약세를 거듭하며 취약해진 반도체 투심이 모건스탠리의 보고서에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5일 '겨울은 항상 마지막에 웃는다'(Winter Always Laughs Last)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54% 하향했다. 투자의견도 '비중확대'(Over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기존 10만5천원에서 7만6천원으로 27%가량 내려 잡았다.
보고서는 "D램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확신한다. AI(인공지능)의 인기 뒤편에서 메모리에 대한 기존 수요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재고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D램 업황은 4분기에 이른 정점을 찍은 뒤 2025년 내내 감소할 것"이라고 짚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대해서도 내년이면 '좋은 공급'이 과장된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1년 8월 '반도체,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이라는 보고서를 냈던 모건스탠리의 경고에 시장은 파랗게 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날 거래량은 4천973만1천280주, 1천476만229주로 전 거래일인 13일의 197%, 285%에 달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1천721억원의 대량 매도에 나섰는데, 삼성전자(9천199억원), SK하이닉스(3천650억원)에 매도세가 집중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외국인은 오히려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셈이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모건스탠리가 해당 보고서가 발간되기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3일 SK하이닉스에 100만주가 넘는 대규모 매도 주문을 낸 것을 두고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선행 매매'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13일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천719주를 매도했다. 외국계 증권사 중 가장 큰 규모로, 바로 다음인 JP모건(50만462주)의 두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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