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전 시장 가보니…"과일 내렸지만 배추·시금치 찾기 어려워"
농식품부 "배추와 무 등 채소류 정부 가용 물량 풀고 출하 장려금 두 배로"
(서울=연합뉴스) 전재훈 기자 = "과일은 좀 싸진 거 같은데, 배추나 쪽파는 아직 비싸서 고민입니다."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12일 마포구 망원시장에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과 상인들로 평소보다 붐볐다. 이들은 지난달보다 과일 가격은 내렸지만, 채소와 수산물 가격은 아직 비싸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추석 성수품 물가 안정을 위해 물량을 공급하고 할인 행사를 하면서 추석 물가 잡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소비자들은 아직 장바구니 물가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찾은 한 청과물 가게는 홍로 사과를 5개에 1만원, 배는 4개에 1만원에 각각 팔고 있었다.
사장 A씨는 듬성듬성 비어있는 사과와 배 매대를 채우며 "사과는 지난달엔 4개 1만원에 팔았는데 물량이 많이 풀려서 가격이 내렸다"며 "배도 원래 1개 3천원인데 4개 사면 2천원 깎아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가 지난 10일 서울과 6개 광역시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가격을 살펴본 결과, 배는 상품 기준 1개 4천786원으로 지난달 22일보다 18.6% 저렴해졌다. 배를 고르던 한 60대 주부는 "차례상에 배를 3개만 올리려다가, 할인해서 판매하길래 5개 사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이나 물건을 파는 상인들은 채소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 채소 가게에선 온전한 형태의 배추를 파는 곳이 드물었고 시금치를 진열해둔 가게도 찾기 어려웠다.
한 청과물 가게는 알배추를 1포기 6천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 가게 상인은 "채소 가격은 내린 게 없다. 한창 더울 때 날씨 때문에 줄어든 공급량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며 "손님들도 여전히 비싸다는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채소 가게에서는 무를 1개 4천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물가협회가 지난 10일 기준으로 조사한 무 한 개 가격은 지난달 22일보다 11% 오른 3천700원이었는데, 이틀 새 더 오른 것이다.
수산물 가게 상인들도 정부의 수산물 비축 물량 공급에도 가격 변동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망원시장의 한 수산물 가게 사장은 "들여오는 가격은 올랐는데 판매가격은 유지하는 중"이라며 "작년보다, 지난달보다 저렴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수산물 시장 상인도 "정부가 언제부터 물량을 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딱히 체감되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 가게에서 4마리에 1만원짜리 중국산 조기를 구매한 70대 여성은 "작년 추석 차례상을 차리는데 30만원 정도 썼는데, 올해는 그 돈으로는 3분의 2 정도만 차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협회 조사에서 조기 가격은 지난달보다 5% 비싸졌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두고 물가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경제 관련 장관들은 망원시장을 찾아 추석 성수품 수급 동향을 점검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 비축 물량 방출, 할인지원 등을 통해 사과, 배 등 과일류와 한우 등 축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하락하는 등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장기간 폭염 영향으로 채소류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이 여전히 높다"며 "(추석 연휴 전) 남은 기간 불안한 가격을 잡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송 장관은 "배추와 무 등 품목의 정부 가용 물량을 방출하고 출하 장려금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성수품 가격 관리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17만t(톤)을 공급한다. 온오프라인 소매점 할인행사, 전통시장 농·축·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현장 환급행사 등 700억원 규모 할인 지원, 민생선물세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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