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EU 전기차 관세저지' 총력…협상단 급파·스페인 총리 초청
차관급 中 상무 부부장, EU 통상총국장 만나…中 상무부장은 내주 유럽행
시진핑, 스페인 총리에 '공평한 비즈니스' 강조…中전기차 공장, 스페인에 건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당국이 유럽연합(EU)의 중국산 전기자동차 추가 관세 확정을 저지하기 위해 스페인 총리를 방중 초청하고 차관급 협상단을 유럽에 급파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가 지난달 19일 최종 관세율을 현행 10%에서 27.0∼46.3%로 높이는 확정 관세 초안을 발표한 뒤 의견 수렴 절차와 27개 회원국 투표를 거쳐 오는 10월 30일 시행하려는 걸 막는 데 중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것이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대표단을 이끌고 유럽에 도착한 리페이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전날 사빈 웨이안드 EU 집행위 통상총국장과 회동했다고 전했다.
이 차관급 논의를 바탕으로 내주에 왕타오 중국 상무부장(장관)과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EU 통상담당 집행부위원장이 만나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조정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추가 관세 부과 철회에 목표를 두고 있으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협상을 통해 추가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데 전력을 다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이와 별도로 EU 회원국 내에서 프랑스와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관세 부과를 강력히 지지해온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를 방중 초청했으며, 전날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만나 회담해 눈길을 끌었다.
이 자리에서 시 주석은 "스페인은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나라"라면서 "중국 기업이 스페인에 투자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공평하며 안전하고 차별 없는 비즈니스 환경을 계속 제공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이 발언은 사실상 중국산 전기차 관세 부과에 대한 스페인의 입장 변화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에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양국이 문화 교류를 강화하고 경제·무역·신에너지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하기 바란다"면서 "스페인은 중국 기업에 좋은 환경을 제공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SCMP는 전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내에선 산체스 총리가 스페인에 중국 기업이 공장을 짓게 하려는 의지가 읽혔다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측이 자국 전기차 기업의 스페인 공장 건설을 조건으로 산체스 총리의 중국산 전기차 추가 관세 부과 입장을 돌려세우려 했다는 얘기다.
시 주석은 같은 날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도 만나 "노르웨이가 중국과 유럽 간 건강한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노르웨이가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내년까지 모든 신차를 전기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세웠다는 점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수출 확대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노르웨이는 중국 견제의 또 다른 축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창설 회원국이기도 하다.
앞서 지난달 29일 중국 상무부는 홈페이지 공고를 통해 유럽산 브랜디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통해 30%의 덤핑 마진(차액)을 확인했다면서도 상계 관세와 같은 추가 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됐다.
이 같은 중국 당국의 제스처는 핵심 산업인 전기차 추가 관세 부과 확정을 앞둔 상황에서 유럽산 브랜디를 겨냥한 맞불 관세를 자제하겠지만, 필요에 따라선 차후 조치도 할 수 있을뿐더러 유럽산 유제품·돼지고기 등을 겨냥한 반덤핑 조치도 가능하다는 경고음을 울린 것으로 풀이됐다.
이런 가운데 비야디(BYD)와 상하이자동차(SAIC)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과 주(駐)유럽연합 중국상공회의소는 EU 집행위에 차량 판매가격과 수출물량을 조정하겠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잇달아 보내는 등 물밑 로비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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