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해리스 바이브와 美대선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조심스럽게 낙관적이다(cautiously optimistic)"
북(北)버지니아에 거주하고 있는 한 민주당 당원이 최근 사적으로 만난 자리에서 대선 전망에 대해서 이같이 말했다.
2020년 플로리다에서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그는 올 2월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바이드노믹스'를 앞세운 선거 전략이 바닥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플레이션이 이전보다는 낮아졌지만, 사실상 제로였던 코로나19 대유행 때의 기억을 가진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높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그는 당시 대선 후보 교체를 희망하면서도 이미 바이든 대통령의 독무대였던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돼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중순 전격적으로 대선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벌어졌고 나아가 패배의 위기감에 패닉 상태였던 당의 분위기도 반전됐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등판한 뒤 한 달 사이 '박빙 열세 상황에서 후보 지지율도 하락' 상황이 '지지율 상승세에 있는 박빙 우세'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런 국면 전환은 권력의 정점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권력 연장 욕심을 내려놓기로 결단하면서 가능했다. 바이든 대통령발(發) 국면 전환인 셈이다.
새 국면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한 가장 큰 기여는 등판 자체와 아직은 헛발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선거 운동으로만 보면, 아직은 정책보다는 분위기(vibe)에 기대서 선거운동을 끌고 가고 있다는 평가가 미국 내에서 많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은 22일 대선 후보직 수락 연설에서 미국 유권자의 최대 관심 이슈인 경제 일반 및 인플레이션에 대해 구체적인 자신의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그는 '기회의 경제(Opportunity Economy)'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여기에도 상세한 설명은 결여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재 감지되는 선거 모멘텀이 기분에 따른 착각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계속 나온다.
사실 2016년 미국 대선 때 미국 엘리트들과 언론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미 오판한 경험이 있다. 선거 당일까지 '힐러리 클린턴이 질 수 없는 선거'로 봤는데 개표 결과 클린턴 전 장관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는 언더독(underdog·열세 후보)"이라는 해리스 부통령의 판단은 맞는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이 말 자체는 '엄살 전략' 성격이 더 강해 보이지만, 대선 후보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 보면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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