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사태로 뿔난 민심에…다시 힘 받는 '온플법 제정' 논의
'갑을 분야는 자율규제' 기조 정했지만…미정산 사태 이후 논란 가중
여당서도 온플법 필요성 주장 나와…법 개정은 '땜질식 대응' 지적도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비자와 판매사 피해가 점차 커지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갑을 분야의 문제는 자율규제에 맡긴다는 게 현 정부의 기조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법 제정을 통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논의가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통신판매중개업자'인 플랫폼의 대금 정산 기한을 법으로 정하고, 결제 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개정안의 골자다.
이번 사태 초기 야권에서는 플랫폼 관련 문제를 폭넓게 규율하기 위한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신속한 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법 제정보다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법 개정에 착수했다.
여당 역시 초기에는 정부 대응 방식에 동조하며 신속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단일대오'에 균열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정산 및 환불 취소 사태가 알렛츠 등 다른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소비자 피해가 커지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법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법 제정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역시 최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티몬·위메프 사태 대응과 관련해 독자적인 온플법 제정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과 김 의장이 언급한 온플법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과는 다르다.
플랫폼법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지위 남용 등 독과점 문제를 규율하기 위한 법인 반면, 온플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갑을관계를 규율하는 법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독과점 문제는 플랫폼법을 통해 규율하고, 갑을관계 관련 규율은 원칙적으로 자율 규제에 맡긴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티몬·위메프 사태와 배달 플랫폼의 수수료 상승 등 플랫폼 관련 이슈가 연이어 터지면서 갑을관계 규율을 자율규제에 맡기는 것에 대한 우려 여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현행법으로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모두 규율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만큼,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별도의 규제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만 플랫폼 관련 법안을 8건 발의했다. 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이후 발의된 법안에는 정산 주기를 법제화하거나, 중개 수수료의 상한을 정하는 등 강력한 규제 내용도 포함됐다.
반면 여당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 아직 플랫폼 관련 법안을 한 건도 발의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플랫폼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지만,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구체적인 내용조차 발표되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 역시 이 같은 상황 변화를 고려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판매자 보호 조치 강화를 위한 표준거래계약서 도입 및 마케팅 비용 부담 전가 금지 등 조치들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갑을관계 규율을 100% 자율 규제에 맡기기보다는 위법 행위 발생 여지가 큰 부분에 한해서는 법으로 규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역시 새로운 법을 제정하는 것이 아닌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것이라 플랫폼이라는 '신(新)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폭넓게 규율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유사한 법을 찾아 플랫폼 관련 조항을 추가해 개정하는 '땜질식 대응'은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신속한 제도 개선을 통한 재발 방지가 시급하다고 보고 법 제정이 아닌 개정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며 "이후에도 추가적인 제도 개선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보고, 법제화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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