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다리 폭파로 '가마솥' 작전…러 수비군 고립 시도

입력 2024-08-20 11:48
수정 2024-08-20 16:48
우크라, 러 다리 폭파로 '가마솥' 작전…러 수비군 고립 시도

보급 끊긴 러시아군, 쿠르스크 관통 세임강 건너로 후퇴 가능성

젤렌스키, 본토 뚫린 러에 "푸틴의 레드라인은 환상 불과" 조롱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러시아 본토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이 곧 격퇴될 것이란 전망을 뒤엎고 주요 교량을 잇따라 폭파, 주변 국경지대의 러시아군 병력을 오히려 고립시키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6일 우크라 북동부 수미주(州)와 맞닿아 있는 러시아 쿠르스크주(州)에 진입한 우크라이나군은 고속도로 등을 따라 이동하며 점령지를 넓혀왔다.

국경에서 15마일(약 24.14㎞) 떨어진 코레노보 교외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등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진격을 저지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더 깊숙이 파고들 경우 후방 핵심 철도망이 우크라군 포격 사정거리에 들어가면서 철도에 보급을 의존해 온 러시아군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직면한 난관은 이것만이 아니다.

쿠르스크주를 관통해 우크라이나로 흘러드는 길이 748㎞의 하천인 세임강을 가로지르는 교량 3개가 잇따라 파괴되면서, 지금껏 우크라이나에 빼앗긴 땅에 버금가는 면적이 퇴로가 끊긴 채 고립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지난 16일 쿠르스크주 글루시코보 마을 인근의 첫번째 다리를 무너뜨린데 이어 다른 두 개 다리에 대해서도 폭격을 감행했다.

이와 관련해 미콜라 올레슈크 우크라이나 공군 사령관은 18일 텔레그램에 "다리가 하나 더 줄었다"는 글을 적기도 했다.

직후 러시아 소셜미디어에는 세임강의 3개 교량 중 하나는 상판이 손상됐지만 폭격을 견뎌냈다는 글이 올라왔지만, 19일에는 이마저도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전해졌다.

로만 알레킨 쿠르스크 주지사 고문은 텔레그램을 통해 "밤사이 적이 세번째 다리를 타격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세임강 이남의 러시아 국경지대는 우크라이나 본토와 세임강, 쿠르스크주로 진격한 우크라이나군에 3면으로 둘러싸이게 됐다.

이 지역에 주둔 중인 러시아군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보급과 퇴로가 끊길 상황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직면한다면 세임강 너머로 후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비정부기구 컴백얼라이브재단 소속 군사 전문가 미콜라 비엘리에스코우는 "교량 폭격이 적들로 하여금 세임강 이남에서의 전력 유지를 어렵게 하거나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광활한 평원 지대에서 전투를 벌여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을 포위해 격멸하는 전술에 상당 부분 의존해 왔다. 러시아에선 적에 둘러싸이거나 강을 등진채 퇴로가 막히는 상황을 군사용어로 '가마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진행돼 온 (친러 분리주의 세력과의) 분쟁 초기인 2015년에는 병력 수천명이 (도네츠크주) 데발체베에서 포위되자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동의하는 등 이런 전술은 정치적으로도 반향을 일으켜 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러시아군이 강을 넘어 후퇴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은 세임강이란 '천연방벽'(natural barrier)을 활용해 러시아 측의 역공을 손쉽게 막아낼 수 있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8일 밤 연설을 통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한 목적이 '완충지대' 조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19일에는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의 '레드라인'이 허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을 것이란 우려 탓에 지금껏 서방이 장거리 미사일 등의 러 본토 공격을 금지해 왔지만 "최근들어 일부 협력국의 이번 전쟁에 대한 평가를 지배해 온 러시아의 레드라인이란 순진하고 환상에 불과한 개념이 허물어지는 중대한 이념적 변화가 목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방 동맹국이 설정한 제한 탓에 우크라이나가 무기를 가지고도 러시아군 목표물을 때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서방제 무기에 걸린 사용제한을 추가로 완화할 것을 거듭 촉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본토 면적이 1천250㎢에 이르며 92개 마을을 통제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본토의 전황은 여전히 러시아측에 우세한 상황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우크라이나군은 19일 하루 동안에만 도네츠크주의 병참 거점인 포크로우스크 전선에서 63차례에 걸쳐 교전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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