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임박에 피카소·클림트의 명화도 대피…텅빈 전시관

입력 2024-08-14 09:19
이란 보복 임박에 피카소·클림트의 명화도 대피…텅빈 전시관

이스라엘 텔아비브 미술박물관, 고가 미술품 지하 수장고에 숨겨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팔레스타인 무정정파 하마스의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임박했다는 관측 속에 이스라엘 박물관 전시관에 있던 유명 예술품들도 안전한 장소로 옮겨졌다고 AFP 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미술박물관은 파블로 피카소, 구스타프 클림트 등의 명화들을 최근 지상 전시관에서 지하 수장고(收藏庫)로 옮겼다.

박물관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전시관의 미술품 가운데 일부를 숨겼고, 최근 이란과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이 미사일 등을 동원해 보복 공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자 남아있는 작품들도 지하로 대피시켰다.

이에 따라 일부 이스라엘 미술관의 전시관 벽에는 작품을 거는데 사용되는 걸이와 미술품 설명 자료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미사일 공격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낮은 층의 공간에는 아직 일부 작품이 걸려 있지만, 귀한 작품들은 금고 안에 보관 중이다.



텔아비브 미술박물관의 타니아 고엔-우지엘리 관장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새로운 보복 위협이 본격화한 3∼5일 전부터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파손 위험이 가장 큰 작품들을 전시관 벽에서 떼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고 위협이 계속되기 때문에 미술품들에 안전한 곳은 지하라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 박물관의 현대미술 담당 큐레이터인 나탈리 안드리야세비치는 "박물관에는 서로 다른 시기의 피카소 작품들이 있다"며 "평시에 이 작품들이 나란히 전시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곳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켓이 전시관 천장을 뚫고 작품을 훼손할까 봐 걱정된다"며 "이란의 보복 공격을 우려해 최근에 작품들을 모두 전시관에서 제거했다. 그런 일(이란의 보복)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이스라엘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외곽을 공습해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그 다음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는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던 하니예가 암살됐다.

이란은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상응하는 보복을 예고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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