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동지된 트럼프-머스크…머스크 "전기차 좋다" 구애도

입력 2024-08-13 17:09
적에서 동지된 트럼프-머스크…머스크 "전기차 좋다" 구애도

2시간 동안 대담하며 칭찬·공감 발언 쏟아내

"알맹이 없고 횡설수설…거짓말 많았다" 평가도



(서운=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껄끄러웠던 과거를 접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고 BBC 방송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는 이날 머스크 소유의 소셜미디어 엑스(X)로 생중계된 대담에서 2시간 내내 상대방에 대한 칭찬과 존경을 표현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이어갔다.

과거 전 세계가 우려하는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칭하고 전기차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머스크가 제조하는 전기차 테슬라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훌륭한 상품으로 표현했다.

머스크도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산업을 비판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트럼프의 생각에 동조하는 발언을 했다.

머스크는 "우리는 특정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저 지속가능성에 기울어 있을 뿐"이라며 "농부들에게 농사를 그만두게 하거나 스테이크를 먹지 못하도록 하는 것처럼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엑스를 인수한 뒤 트럼프 계정을 부활시킨 머스크는 이번 대담에서 전기차에 비판적이었던 트럼프와 트럼프 지지자들을 상대로 홍보 활동도 잊지 않았다.

머스크는 "우리는 환경보호주의가 여러분들의 고통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차는 잘 운전하면 아름답고, 빠르게 운전하면 섹시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과거 껄끄러웠던 관계를 청산하고 급속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의 관계를 고스란히 반영한 대담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몇 년간 전기차를 조롱하는 시각을 유지해왔다. 전기차는 중국에서 만드는 것이며 너무 비싸고 멀리 가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전기차 확대 정책을 '의무 명령'(mandate)이라고 부르는 등 현 정부가 전기차 구매를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재집권할 경우 취임식 첫날 전기차 확대 정책을 끝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전기차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며 전보다 유해진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머스크는 서로 인신공격까지 하며 날을 세우기도 했으나 이날 대담은 그런 과거를 무색하게 했다.

트럼프는 머스크를 거짓말쟁이라는 비판했고, 머스크는 2022년 엑스에 트럼프가 퇴장해야 할 때라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적이 있다.

머스크는 대담에 앞서 이번 행사가 열린 생각을 가지고 대선 투표에 관한 결정을 앞둔 독립적 유권자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이날 대담에 대해 '알맹이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대담이 이미 트럼프를 지지하는 우파 유권자들을 위한 행사로 바뀌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횡설수설했다"고 표현했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대화는 트럼프의 견해 외에 새로운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들은 또한 이날 대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소 20여개의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근거 없이 민주당 대선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 차르'로 칭했고, 바이든 대통령 재직 중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들어온 이민자 수를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 2천만명에 달한다고 전하는 등 '팩트체크'에 나서기도 했다.

또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말미에 머스크를 칭찬하면서 대담 청취자 수를 6천만명 이상이라고 했지만, 당시 청취자 수는 110만명 정도였다.

가디언은 대담 관련 기사의 제목을 "머스크-트럼프의 X 인터뷰, 행성 크기만한 두 자아의 놀랍도록 지루한 만남"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이 신문은 또 본문에서 이날 대담이 예상대로 '불량한 남성성과 숨 막히는 허위'로 이뤄졌다면서, 세상의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말하는 취객 두명과 함께 술집에 앉아있는 것처럼 따분했다고 비판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