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극우 폭력선동 온상으로 지목된 텔레그램

입력 2024-08-09 19:05
英 극우 폭력선동 온상으로 지목된 텔레그램

"다른 SNS보다 관리 느슨…극단주의자 선동 안전처로 삼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을 뒤흔든 극우 폭력 시위가 빠르게 세를 불리는 데 메신저 앱 텔레그램이 한몫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9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사우스포트 흉기난동 참사이후 허위정보 유포로 극우 폭력 시위가 처음 벌어진 지난달 30일 영국 내 텔레그램 사용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분석업체 시밀러웹은 영국 내 텔레그램 활성 이용자 수가 올해 하루 평균 270만 명 정도였는데 흉기난동 사건 당일인 지난달 29일 310만명으로 높아지더니 30일에는 370만명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유엔 지원을 받는 테러 반대 단체 '테러에 맞서는 기술'(Tech Against Terrorism)도 지난 7일 영국 극우주의자들이 텔레그램을 활용해 폭동을 조직하는 것으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계인 니콜라이·파벨 두로프 형제가 만든 텔레그램은 비밀대화가 용이하고 최대 20만명이 참여하는 그룹 채팅이나 채널을 만들 수 있어 사실상 소셜미디어 (SNS) 플랫폼 기능을 한다.

지난 7일 100건 넘는 극우 시위가 계획됐다는 말이 퍼진 진원지로도 텔레그램 그룹이 지목됐다.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흉기난동 사건 직후 등장한 텔레그램 채널 '사우스포트 웨이크업'(Southport Wake Up)은 지난 6일 새벽 구독자들에게 "더 이상 이민은 안 된다. 저녁 8시 마스크를 써라"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영국 전역의 이민 변호사나 이민 지원 센터 등 30여 개 장소의 주소도 이 메시지로 유포됐다.

이 메시지는 온라인에서 급격히 퍼졌고 타깃으로 지목된 변호사와 직원들이 공포에 떨고 인근 사무실과 상점이 일찍 문을 닫는 등 타격을 받았다. 경찰도 대응을 위해 경찰관 수천 명을 배치했다.

이 채널은 현재 사라진 상태다.

그러나 텔레그램은 여전히 많은 극우 활동가의 장이 되고 있다.

사우스포트 극우 시위의 배후로 지목된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 설립자 토미 로빈슨은 2018년 트위터(현재 엑스·X)를 시작으로 주요 SNS에서 활동 금지됐지만 텔레그램에선 채널을 유지했다



미국 극우 텔레그램 채널 '액티브 클럽'의 영국판 '액티브 클럽 잉글랜드'는 이번 폭력 사태 이후 폐쇄됐는데 새로운 계정이 생겨나 극우주의자들이 재빨리 이 계정을 퍼뜨리며 홍보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텔레그램은 콘텐츠 관리가 다른 SNS보다 느슨한 편이어서 이에 극단주의자들이 즐겨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테러에 맞서는 기술'은 "극단주의 채널에 대한 텔레그램의 부적절한 관리가 영국 전역에 걸친 폭력과 불안에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요크대의 우익 극단주의 전문가 매슈 펠드먼도 폴리티코 유럽판에 "극우, 파시스트, 네오나치는 오랫동안 텔레그램을 그들의 견해를 교환할 안전한 장소로 여겨 왔다"고 말했다.

그는 메타에는 콘텐츠 관리 인력이 1만5천명으로 추산되는데 텔레그램에는 12명 남짓이라며 이들은 아동 성착취물 같은 '최악의 콘텐츠'를 다루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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