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 과도정부 수장에 유누스…"총선 관리"(종합2보)

입력 2024-08-07 21:36
방글라 과도정부 수장에 유누스…"총선 관리"(종합2보)

대통령·군부·시위 지도자 회의서 결정…"과도정부, 내일 출범"

유누스, 8일 귀국…야당 총재 "국가재건에 사랑과 평화 필요"



(서울·뉴델리=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유창엽 특파원 =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84)가 반정부 시위와 총리 사퇴로 혼란스러운 방글라데시 상황을 수습할 과도정부 수장을 맡게 됐다.

7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모함메드 샤하부딘 방글라데시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이 군부, 반정부 시위 주도 대학생 지도자, 시민단체 대표들과 전날 연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와커 우즈 자만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누스를 수반으로 하는 과도정부가 내일 오후 8시께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누스는 방글라데시의 빈곤퇴치 운동가로, 빈곤층 무담보 소액 대출을 위해 그라민은행을 설립한 공로로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 집권기에 부패와 횡령 등 혐의로 피소되자 정치적 동기에 따른 탄압이라고 맞서왔다.

신병 치료 등을 위해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유누스는 8일 오후 방글라데시에 도착할 것이라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샤하부딘 대통령이 전날 의회를 해산함에 따라 유누스는 헌법에 따라 90일 이내 실시하게 될 총선을 관리하게 된다.

유누스는 이날 대국민 성명에서 "모든 사람이 진정하길 간곡히 호소한다. 모든 종류의 폭력을 자제해달라"면서 "진정하고 이 나라를 세울 준비를 해달라. 우리가 폭력의 길을 택하면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롭고 공정한 총선이 수개월내 실시되길 바란다면서 새 세대 지도자들이 총선에 참여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는 수많은 전임 정부와 달리 (정치) 보복에 집착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유누스는 파이낸셜 타임스와 이날 한 인터뷰에서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신속히 회복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자신은 과도정부 기간이 끝난 뒤 선출직 역할이나 임명직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시위를 이끈 학생단체의 핵심 지도자 중 한 명인 나히드 이슬람은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대통령 등과 전날 4시간 동안 연 회의에 대해 "결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그는 회의에서 과도정부에서 일할 시민·대학생 대표 10∼15명 명단도 전달했다면서 과도정부 멤버(고문)는 여러 정당과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빨리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도 다카에서는 대학생과 자원봉사자들이 시내 교통질서 등을 유지하고 소수종교 시설 등을 지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석방된 칼레다 지아 전 총리 겸 제1야당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 총재도 이날 다카의 BNP 당사 앞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세대교체를 주문했다.

하시나 전 총리의 오랜 정치적 라이벌인 그는 "젊은이들이 우리의 미래다. 우리는 그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방글라데시를 새롭게 건설할 필요가 있다"면서 "파괴, 분노, 보복은 없어야 하고 우리가 나라를 재건하기 위해선 사랑과 평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대중연설을 한 것은 부패혐의로 17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201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누스가 과도정부 수장으로 선택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과도정부가 민주주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에선 지난 6월 다카 고등법원이 독립유공자 자녀 공직 할당제 부활을 결정하면서 반정부 시위가 거세게 일어났다.

이후 하시나 총리가 시위대에 밀려 지난 5일 사임하고 인도로 도피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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