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부 WB 부총재 "가족·국가가 겪은 경험 빈곤국과 나눌 것"

입력 2024-08-06 12:00
수정 2024-08-06 13:32
김상부 WB 부총재 "가족·국가가 겪은 경험 빈곤국과 나눌 것"

한국인 최초 WB 최고위직 진출…"중저소득 국가 AI 초기 시장 창출 중요"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부친이 조부와 함께 1·4 후퇴 때 신의주에서 남하한 가족 출신이라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세계은행(WB) 디지털전환 부총재라는 자리를 굉장히 영광스럽고 의미 있게 생각합니다. 저희 가족과 우리나라가 그간 겪어온 빈곤에서 풍요로 나아간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하고 혜택을 나누는 기회를 제공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세계은행 최고위직에 오른 김상부 디지털전환 부총재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피난민 후손으로서 가족사를 소개하며 아프리카 등 빈곤 지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한 경제 부흥에 힘을 보탤 것을 다짐했다.

그는 세계은행에서 디지털전환 부총재직을 신설한 이유에 대해 "세계은행이 지구에서 빈곤을 퇴치하기 위한 목표로 여러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는 가운데 디지털이 굉장히 중요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신임 부총재는 전 세계 인구 중 약 27억 명이 여전히 인터넷에 접속을 못 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소개했다. 그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2022년 통계를 인용한 데 따르면 아프리카에서는 약 7%, 중동 국가에서는 약 35%의 가구만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김 부총재는 "저소득 국가들의 형편을 보면 인터넷을 쓴다 하더라도 약 5%의 인구만이 10Mbps급 속도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뿐 나머지 95%는 굉장히 낮은 수준의 인터넷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굉장히 많은 챌린지로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의 국가간 격차에 대해서 그는 "AI 설루션이 가볍게 돌아가 저소득 국가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인프라나 데이터센터 또는 디바이스가 개발돼야 할 것"이라며 저소득 국가에 맞춘 AI 관련 기술·정책 지원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중저소득 국가의 AI 초기 시장 창출을 목표로 중위권 국가를 지원하는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이나 하위권 국가를 지원하는 국제개발협회(IDA) 프로그램을 통해 저소득 국가들이 빨리 AI 관련 시장을 창출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업무를 추진하면서 여러 나라 정부와 세계 각국 기업들과 협력을 하게 될 텐데 그중에서도 한국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나라가 굉장히 많은 디지털 개발의 역사와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 점이 한국 국적자로서 세계은행 디지털전환 부총재로 선임된 이유일 것이라고 했다.



행정고시 40회에 합격한 뒤 1997년 과기정통부에서 사무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한 김 부총재는 첫 업무가 국가 정보화 기획 업무였다고 회상하면서 전 세계적 디지털 전환에 당시 경험을 살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옛 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대통령실 등에서 공직 경험을 쌓은 김 부총재는 LG유플러스·구글 등 국내외 디지털 기업에서 활동했다.

간담회에 배석한 엄열 과학기술정통부 정보통신정책관은 "김 부총재가 세계은행에서 글로벌·AI·디지털 관련된 리더 국가로서의 우리나라의 역할과 위상을 높여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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