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조정 장세에 주가 하락 베팅 '인버스 ETF'에 몰려
지난달 ETF 거래량 1∼3위 모두 인버스…하락장에 1∼3%대 수익률 챙겨
"코스피 단기 바닥 향하는 중…고점 대비 -10% 낙폭 예상"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국내 주식 시장이 지난달 연중 고점을 기록한 뒤 하락 조정을 받으면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ETF 거래량 최상위권에는 인버스 상품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4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달 일평균 거래량 1위 ETF는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로 1억6천만주가 거래됐다.
이는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2배수를 추적하는 ETF다.
2위는 'KODEX 코스닥150 선물 인버스'(2천628만주), 3위는 'KODEX 인버스'(2천91만주)였다.
이들은 각각 코스닥150 선물 지수와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일별 수익률을 역으로 추적하는 ETF로, 하락장에서 수익이 난다.
거래량과 함께 거래대금도 상위권에 랭크됐다.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는 지난달 일평균 거래대금이 3천87억원으로 전체 ETF 가운데 2위였고, 'KODEX 코스닥150 선물 인버스'는 932억원으로 8위, 'KODEX 인버스'는 835억원으로 9위였다.
이 가운데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는 지난달 기관이 2천811억원, 외국인이 672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은 3천373억원 순매도했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하락한 만큼 이들 인버스 ETF의 한 달간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했다.
'KODEX 200 선물 인버스 2X'의 주가는 2.12%, 'KODEX 인버스'는 1.37%, 'KODEX 코스닥150 선물 인버스'는 3.27%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0.97%, 4.44% 내렸다. 코스피200 선물 지수와 코스닥150 선물 지수도 1.13%, 1.54%씩 하락했다.
지수가 하락할 때 수익률이 오르는 '청개구리' 인버스에 거래가 몰린 이유는 지난달 국내 증시가 외부 충격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 글로벌 증시는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이후 금리 인하 기대감에 대한 차익 실현,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당선 시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투자하는 '트럼프 트레이드', 엔-달러 금리차 축소 전망에 따른 엔화 변동성 확대 등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부진했다.
특히 미국 증시 상승을 주도했던 빅테크(거대기술기업)의 실적 우려와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이에 국내 증시 비중이 큰 반도체주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코스피, 코스닥지수도 하락했다.
국내 증시는 이달 들어서도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어, 인버스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당분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미국발 경기침체 우려에 각각 3.65%, 4.20% 급락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내러티브에 미국 증시가 급락한 데 더해서 장 종료된 이후 발표된 기업 실적들도 하방(낙폭)을 키우는 역할을 하면서 국내 증시도 매수세가 실종된 투매가 목격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주 예정된 증시 이벤트가 "제한적"이라면서 "변동성은 조금 덜할 수 있지만 그만큼 회복 탄력성 또한 제한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금리 인하 기대 강화에도 이익 모멘텀 소멸, 하반기 실적 둔화로 증시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면서 보수적인 대응을 제안했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단기 바닥을 향해 가는 중으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면서 "코스피는 고점 대비 -10% 내외의 낙폭을 예상하며, -10%를 가정하면 2,600 수준으로 2,600 중반부터는 매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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