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니예 암살, 이란인 조력자 연루?…"체제 불만에 협력 가능성"
"경호숙소 공격, 이란 내 도움 없으면 어려워…잔혹한 권위주의, 안보 위협"
"정권 탄압 탓 '현금·해외거주 대가' 反이란 계획에 협력 신세대 이란인들 늘어나"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 암살 과정에 억압적인 이란 체제에 불만을 품은 현지인의 조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호주 매쿼리대학의 안보·범죄 연구원인 카일리 무어-길버트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에 '이란인들이 하니예 살해에 연루됐을 수 있을까' 라는 제목으로 실은 기고문에서 하니예 암살은 이란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렇게 분석했다.
무어-길버트는 호주 멜버른대 이슬람학 강사 시절인 2018년 9월 테헤란 공항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년 넘게 투옥 생활을 하다가 해외에 붙잡혀 있던 이란인 3명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석방됐다.
그는 이란에서 804일의 수감 생활을 담은 책 '가두지 못한 하늘'(Uncaged Sky)을 2022년 펴냈다.
무어-길버트는 기고문에서 하니예가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살해됐고, 이 드론이 이란 국경 너머보다 탐지가 어려운 이란 내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란과 하마스는 하니예 암살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했지만 이스라엘은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무어-길버트는 "이란은 자국의 은밀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오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정교한 러시아 S-300 방공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경 밖에서 이를 뚫고 하니예 암살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특히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방문한 하니예가 경호를 받는 테헤란 시내의 숙소에서 살해된 점을 들어 "(암살은) 거의 확실히 이란 내부의 이란인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단언했다.
그는 "하니예 암살이 입증하듯 이란의 잔혹한 권위주의는 이제 이란 국내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란 도덕경찰에 끌려간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를 계기로 시작된 '여성, 생명, 자유 운동'에 대한 정권의 탄압이 이란 정부에 맞서는 외국 주도의 음모에 협력하는 대가로 이뤄지는 현금 인센티브나 해외 거주 약속에 현혹되는 새로운 세대의 이란인들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무어-길버트는 "많은 이란인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남부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하고, 여성을 폭행하고, 인질들을 가자지구로 끌고 가는 것을 봤다"며 이란 정권이 하마스의 주요 지지 세력으로 나선 것도 목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이란 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다"며 "유대 국가(이스라엘)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이란 정부에 대한 대중의 혐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