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는 외면하는데…日단체, '수몰탄광 조선인 유골수습' 모금

입력 2024-07-31 15:43
수정 2024-07-31 16:56
日정부는 외면하는데…日단체, '수몰탄광 조선인 유골수습' 모금

시민단체, 조세이탄광 조사 추진…"7천만원 모아 해저 갱구 열 것"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조세이(長生) 탄광 사고는 오랫동안 어둠에 가려져 있던 사고입니다. 희생자가 군인·군무원이 아니라 민간 노동자라는 사실이 이유였을 겁니다. 82년간 폐쇄됐던 갱도에 희망의 빛을 비추고 싶습니다."

일본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물비상(水非常·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모임) 이노우에 요코 대표는 31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사고 현장 발굴조사를 위해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조세이 탄광은 일본 혼슈 서부 야마구치현 우베(宇部)시에 있었다. 이곳은 위험한 해저 갱도가 있고 조선인 노동자가 많아 '조선탄광'으로도 불렸다고 전한다.

모임에 따르면 수몰 사고는 1942년 2월 3일 해안 갱구에서 1㎞ 이상 들어간 해저 갱도에서 발생했다. 사고로 조선인 136명을 포함한 광부 183명이 숨졌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희생자 수습과 사고 경위를 둘러싼 진상 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현재 탄광 흔적은 바다 위에 솟아 있는 배수구 2개가 사실상 전부다. 이날 배수구에서는 내부를 살피는 잠수 조사가 진행됐다.

이노우에 대표는 "일본 식민지 정책으로 강제 연행돼 일본에 온 조선인 시신은 뭍으로 올라오지 못해 지금도 차가운 해저에 방치돼 있다"며 "일본 정부는 유골 수습을 위해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앞서 모임은 지난해 12월 한국인 유족들과 함께 도쿄에서 일본 정부 관계자를 만나 유골 조사를 요청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확한 유골 위치를 알지 못해 조사가 곤란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모임은 지난 15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조사 비용을 모금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크라우드 펀딩 최종 목표액은 800만엔(약 7천150만원)이며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477명이 참여해 350만4천엔(약 3천1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모임은 2013년에도 조세이 탄광 희생자 추도비 건립을 위해 1천600만엔(약 1억4천400만원)을 모은 적이 있다고 이노우에 대표는 밝혔다.



그는 "우선 갱도 입구를 열고 울타리를 설치한 뒤 수중 드론으로 유골 조사를 할 것"이라며 "내부가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갱도 입구를 열고 나서 한국, 일본 전문가와 조사 방식을 협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갱도 입구를 열고 내년에는 유골을 수습하려 한다"며 "조사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유골 발굴에는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노우에 대표는 시민단체만으로는 유골 조사와 수습에 한계가 있는 만큼 한국과 일본 정부가 활동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유족이 연로해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내년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데, 유골 문제를 남겨둔 채 일본과 한국이 미래로 나아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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