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미루고 캐파 축소…배터리소재업계, 실적 한파에 속도 조절

입력 2024-07-31 12:03
투자 미루고 캐파 축소…배터리소재업계, 실적 한파에 속도 조절

전기차 '캐즘'에 재료비까지 증가…"하반기도 전기차 성장 둔화 전망"

에코프로 "중장기 캐파 하향 검토"…LG화학, 분리막사업 전면 재검토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배터리 소재 업계에 한파가 들이닥쳤다.

이들 업체는 투자 일정을 뒤로 늦추고 생산능력(캐파)을 축소하는 등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며 반등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에코프로는 31일 올해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전방 수요 둔화로 제품 판매량이 감소하고 리튬 등 재료비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에코프로는 앞서 전날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이 54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영업이익 1천703억원)와 비교해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8천64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7.2% 감소했다. 순손실은 636억원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

양극재를 주로 생산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2분기 시장 예상치의 10분의 1 수준의 영업이익으로 '어닝 쇼크'(실적 악화 충격)를 냈다.

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2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4.8% 감소했으며, 매출은 9천155억원으로 23.3% 감소했다. 순손실은 112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내달 6일 실적 발표를 앞둔 엘앤에프의 2분기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엘앤에프는 1분기 영업손실 2천38억원을 기록했으며, 2분기에도 적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증권가는 내다봤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전기차 판매 목표를 하향하는 등 전방 수요 부진이 뚜렷하게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전기차업체 테슬라 또한 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하락했다. 테슬라의 2분기 주당 순이익(0.52달러)은 예상치(0.62달러)를 밑돌았고,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 니켈 등 주요 원료 가격에 따른 판가 하락도 배터리 소재 매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에코프로는 "배터리 소재 사업은 원재료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한 사업"이라며 "올해 상반기 낮아진 판매 가격에 대비해 고가의 원재료를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수익성 관리에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전방시장 회복이 지속되고 있으나 전반적인 하반기 영업 상황은 상반기와 비교해 유의미한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며 "전기차 시장은 하반기에도 성장 둔화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배터리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매출 목표 및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 규모를 하향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고, 배터리 소재 업계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양극재 출하 전망치를 전년 대비 '40% 증가'에서 '20% 증가'로 하향 조정했다.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검토 중이던 국내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공장과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관련 투자도 순연하기로 결정했다.

분리막 사업 확장은 전면 재검토한다.

LG화학은 당초 일본 도레이와 합작해 헝가리 분리막 원단 라인을 설립할 예정이었으나, 관련 계획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에코프로 또한 "최근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둔화 및 변동성을 반영해 중장기 양극재 캐파 하향 및 속도 조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유럽 및 북미 지역 등 권역별 규제에 따른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업체 현지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투자는 이어갈 방침이다.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연산 5만4천t 규모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 건설을 그대로 진행하고, 국내 전구체 공장 설비 증설도 예정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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