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서 "사도광산 부정적 측면도 마주해야" 목소리 이어져
"산업유산엔 노동착취 등 있어…'전체 역사' 전시는 세계유산의 주류 사고방식"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즈음해 문을 연 조선인 노동자 관련 일본 현지 전시물에 '강제' 표현이 빠져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산업 유산의 부정적 측면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유산 문제에 정통한 이데 아키라 가나자와대 교수는 31일 요미우리신문에 "산업유산에는 노동착취와 건강 피해, 환경 파괴 등 부(負·허물이라는 뜻)의 역사가 항상 따라다닌다"며 "'전체 역사' 전시는 근년 세계유산의 주류적인 사고방식으로 사도광산도 훌륭한 역사뿐 아니라 부의 측면도 계속 마주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정치적으로 복잡한 유산 추천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인류의 역사는 밝은 면뿐 아니라 전쟁·노예 등 부의 측면도 있으므로 그것을 잊지 않도록 해 평화에 이바지하는 것도 세계유산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진보 성향 주요 언론인 아사히 신문은 전날 게재한 '빛도 그림자도 전하는 유산으로' 제하 사설에서 "외부에서 들을 것도 없이 자신이 주체적으로 역사와 마주하는 것이 당연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이어 "강제노동인지 아닌지 일본과 한국 사이에서 견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강제' 표현을 피하면서 (조선인이) 가혹한 노동환경에 있었음을 현지에서 전시한 것은 양국 정부가 대화로 타협한 산물"이라면서도 "(조선인 노동이) 직시해야 할 사실이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한국과 협상을 통해 지난 28일 조선인 노동자 강제노역 관련 전시 공간을 공개했다.
사도광산 인근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마련된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실에는 1940∼1945년에 조선인 노동자 1천519명이 사도 광산에서 근무했으며 그들은 일본인보다 암반 뚫기 등 위험한 작업에 종사한 비율이 높았다는 설명문이 게시됐다. 또 당시 조선총독부 관여로 노동자 모집, 징용 등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일본의 이런 조치에 대해 일각에서는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른바 '군함도'(하시마 탄광) 등을 소개하는 전시 시설과 비교해 다소 진전된 측면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강제노역 등 '강제성'을 명시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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