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美 대선에 '대박' 터진 음모론자들…난장판된 SNS

입력 2024-07-25 11:52
'롤러코스터' 美 대선에 '대박' 터진 음모론자들…난장판된 SNS

X·트루스소셜 등 트래픽 일제히 급증…음모론·가짜뉴스 계정 구독자도 늘어

"플랫폼 수익으로 연결"…정치콘텐츠 노출 줄인 인스타·스레드는 제외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 정국이 연이은 초대형 변수로 계속 출렁이자 온라인상에도 온갖 음모론과 가짜뉴스, 혐오 표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대선 정국이 급변하면서 음모론 등을 다루는 각종 온라인 사이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의 접속량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미 정가에선 지난 13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한 데 이어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 사퇴를 전격 발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체 후보로 등판하는 등 대형 사건들이 이어졌다.

엑스(X·옛 트위터)에서 규정 위반으로 한때 접속이 금지됐던 음모론자인 알렉스 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이 발생한 지 하루 만에 팔로워가 5만명 가까이 늘었다. 이전까지 하루 평균 늘어나는 팔로워는 1천명 수준이었다.

그의 팔로워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이후에도 한 차례 더 급등했다고 NYT는 전했다.

존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에 대해 "바이든의 꼭두각시꾼들이 트럼프를 공격했다"며 "그들은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극우 계정인 '립스'(Libs)도 최근 팔로워가 급증했으며, 극우 웹사이트인 브레이트바트(Breitbart)의 트래픽도 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역시 극우 이용자들이 찾는 웹사이트인 럼블(Rumble)과 팔러(Parler)도 트래픽 증가를 경험했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SNS인 트루스소셜의 트래픽은 피격 사건 이후 무려 448%가 늘었다고 웹 트래픽 모니터 업체 시밀러웹이 밝혔다.



이는 트럼프 피격과 같은 대형 사건이 벌어지자 사람들이 아직 사실이 채 밝혀지기도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SNS와 극우 웹사이트 등으로 무작정 몰려드는 현상을 보여준다고 NYT는 분석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같은 영향력 있는 인물도 트럼프 피격을 두고 X에 "극도의 무능력함으로 일어난 일이거나 혹은 고의적인 일"이라는 근거 없는 글을 올리며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자 온라인에는 그에 관한 허위 정보와 성별, 인종차별적 비방들도 넘쳐나고 있다.

온라인 감시단체 피크메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X에서 해리스 부통령을 언급한 게시글 10개 중 1개 이상이 인종, 성 차별적 공격을 담고 있었다.

이 중에는 해리스 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며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는 등의 거짓 주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NYT는 이러한 현상이 실제 이용자가 없는 가짜 계정인 '봇'(bot)의 증가와 딥페이크와 같은 인공지능(AI) 도구의 발달로 인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SNS 정보 업체 사이브라에 따르면 트럼프 피격에 대한 거짓 정보를 만드는 SNS 계정 중 거의 절반이 봇 계정으로, 이들이 만들어 낸 게시글에 대한 댓글과 '좋아요' 등의 반응은 40만건이 넘는다고 밝혔다.

또 딥페이크를 이용해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트럼프 피격 이후 웃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조작 사진이나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들도 SNS에서 퍼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정치 콘텐츠의 노출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메타의 페이스북과 스레드는 최근의 이러한 이용량 증가 추세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그런 규제가 없는 X와 텔레그램, 갭(Gab), 럼블(Rumble) 등의 이용량은 급증했다.

이를 두고 NYT는 정치적 과열을 막기 위한 알고리즘을 짠 SNS 플랫폼들의 참여율과 방문자 수는 줄어들고, 이는 곧 광고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단체인 웨스턴스테이츠센터의 린지 슈비너 국장은 "인터넷이 스스로 편견이나 음모론들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다. 그저 인터넷이 콘텐츠를 퍼뜨릴 수 있는 범위와 속도가 급격하게 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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