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미국 수출, 21년 만에 對중국 앞질러…무역제재 위험도"
"과거 트럼프, 대한국 적자 커지자 FTA재협상 추진하고 세이프가드"
한은 "대미국 직접투자 효과도 중장기적으로 줄어들 것"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반도체를 비롯한 제조업 직접투자(FDI) 등에 힘입어 대(對)미국 수출이 당분간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중장기(2∼10년)적 관점에서는 무역 제재 등 여러 위험 요소도 많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우리나라 총수출에서 미국의 비중이 계속 커져 올해 1분기에는 결국 대미국 수출액이 2003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대중국 수출액을 앞질렀다.
대미국 수출 호조는 미국의 탄탄한 소비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산업정책에 따른 투자 확대에 한국 기업들이 기민하게 대응한 결과로 평가됐다.
2020년 이후 대미국 수출의 구조적 특징으로는 ▲ 미국 내수(소비·투자)와의 연계성 강화 ▲ 신성장 산업 중심의 중간재 비중·다양성 확대 ▲ 소비재 비중 장기간 30% 유지 등이 꼽혔다.
한은은 단기적 관점에서 대미국 수출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의 활발한 소비·투자가 우리나라의 직접 수출뿐 아니라 중국·아세안을 통한 간접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아울러 제조업의 FDI가 늘어나면 투자 대상국에 대한 수출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생산에 따른 대한국 수입 유발률은 2020년 이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 관점에서는 한국 기업의 대미국 FDI에 따른 수출 증가 효과가 점차 줄어들 것으로 우려됐다.
미국의 산업구조 특성상 수입 중간재보다는 자국 산업의 투입 비중이 큰 데다, 생산 비용 수준도 높아 한국 대기업이 FDI를 확대하더라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이 동반 진출하기 어렵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앞으로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기존 주력 수출 품목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의 경쟁도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대규모 대미국 무역흑자에 따른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제재 가능성도 거론됐다.
남석모 한은 조사국 국제무역팀 과장은 "과거 미국은 대한국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거나 자국 산업 보호 여론이 고조될 때 각종 무역 제재를 강화한 사례가 있다"며 "특히 2017∼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추진, 세이프가드 등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집권을 가정한 질문에는 "무역 제재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선거 운동 때 말하는 정책과 집권 후 정책은 다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통상 압력 완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농축산물을 더 많이 수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에너지·먹거리 안보 확보와 국내 물가 등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남 과장은 "우리 기업들의 대미국 진출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분야에 집중돼 이들 분야에서 국내 투자 둔화나 인재 유출 위험도 있다"며 "인재 유출 유인을 줄이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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