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스라엘 정보공유 확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키웠다"

입력 2024-03-31 18:40
"미·이스라엘 정보공유 확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 키웠다"

작년 10월 비밀각서에 "활용처 알 수 없어" 비판 고개

"규정·제한사항 없어…미국 정보금고 다 열어보여주는 셈"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공유 확대가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미 정부와 의회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이 6개월 가까이 지속되면서 가자 민간인 피해가 늘어나자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결국 민간인 살상이나 기반시설 파괴 등을 위한 공격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이후 정보공유를 확대하기로 했다.

미 당국자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의 정보공유는 백악관이 10월 7일 이후 발행, 수정한 비밀각서에 따라 이뤄졌다. 그리고 거의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가자에 대한 정보수집을 확대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지난 26일 브리핑에서 자신이 군에 몸담은 30년간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보·군사협력이 지금보다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전례 없는 수준의 정보 협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정보 지원은 주로 하마스 군부 지도자의 위치를 파악하고 인질들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한 것이다. 미국은 또 이스라엘 보안기관과 가자 상공에서 드론으로 수집한 실시간 영상과 같은 기초 정보를 공유한다고 WSJ은 전했다.



문제는 이 정보가 어떻게 쓰이는지 독립적인 감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은 동맹국과 정보를 공유할 때 상대국이 해당 정보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미국이 같은 행위를 할 경우 합법적인지를 따져 결정한다. 합법 여부에 따라 미국은 정보 공유 전 상대국에 해당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추가 보증을 요청할 수도 있다.

미·이스라엘 비밀각서에 정통한 미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미국의 정보가 민간인 사상자나 기반시설 파괴에 쓰이지 않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준수 여부는 이스라엘이 자체적으로 인증해야 하고, 이는 때로는 구두로 이뤄지기도 한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또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이스라엘 자체 정보가 결합할 경우 어떻게 쓰이는지 알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각서 체결 과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개전 당시 미 정보당국은 이스라엘과의 정보공유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최종적으로 백악관 고위 정책결정자들이 위반사항의 발생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 제이슨 크로 민주당 의원은 "내가 우려하는 것은 우리 정보공유가 우리의 가치, 국가안보 이익과 부합하는지를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정보공유는 우리의 이익을 증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로 의원은 지난해 12월 애브릴 헤인즈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 서한을 보내 해당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요청한 바 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정보 공유 협정에 규정과 제한사항이 거의 없다며 "본질적으로 (수집해 놓은 정보를 모아둔) 미국 금고 전체를 다 열어 내보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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