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문가가 본 '트럼프 재선돼도 中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
"'트럼프 스타일', 동맹국들에 작동하지 中엔 안통해"…'60% 관세'? "美소비자가 타격"
우크라·중동 전쟁엔 "신뢰성·도덕성 상실한 미국도 패자…중국엔 불리할 게 없어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전 세계 이목이 쏠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은 오히려 '안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중국 전문가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저우보(周波)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은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 중국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런 주장을 펼쳤다.
저우 연구원은 중국 국방부 국제군사협력판공실 주임을 지낸 중국 인민해방군 출신의 군사 안보 전문가다.
그는 우선 "현재 판세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약간 앞서고 있다"고 전망하고, '트럼프 2.0' 정부 대중 정책은 현 바이든 정부와 매우 유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대중 정책은 2017년 트럼프 당선으로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디리스킹(de-risking·위험제거)이란 이름으로 이를 계속 이어왔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초당적 합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저우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자존심이 강한 '딜메이커'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만의 거래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이는 중국에는 잘 통하지 않고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동맹국들에 더 잘 작동할 것이라고 그는 짚었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을 겨냥해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나는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해 동맹국들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저우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의 나토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나토 회원국이 서둘러 국내총생산(GDP)의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며 "이것이 막대기(채찍)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당근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같은 접근 방식은 중국에는 통하지 않는다고 저우 연구원은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지만, 이럴 경우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줄어들게 돼 중국에 진출한 미국 제조업체와 미국 금융시장, 미국 소비자들 모두에 타격을 입힐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정책은 바이든 행정부가 사용하고 있는 '작은 뜰에 높은 담장'(small-yard, high-fence)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어느 누구도 전 세계로부터 핵심 인재와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는 주장도 했다.
저우 연구원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그는 "중국은 이에 만족하거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 그는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진행 중인 전쟁이 미·중 관계 등에 미칠 영향도 분석하면서 중국에는 불리할 것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저우 연구원은 "두 전쟁은 차기 미국 대통령의 관심을 중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이라면서 "두 전쟁의 패자에는 전쟁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이중잣대로 인해 신뢰성과 도덕적 권위를 크게 상실한 미국도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에서 '민주주의 대 독재' 구분을 받아들이고 싶어 하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고 동맹국들조차도 미국 편에 서기를 꺼릴 것"이라면서 "미국이 중국과 논의할 현안의 리스트가 더 많아질 텐데 중국이 왜 걱정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우크라·중동 전에 '개입'하고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면서 권위가 약화한 미국에 비해 러시아와 우방 관계 등을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중국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인식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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