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비수도권 그린벨트 완화, 소기의 목적 달성하려면
(서울=연합뉴스) 비수도권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가 대폭 완화될 전망이다. 지방에 그린벨트로 묶인 땅을 풀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21일 울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토지 규제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비수도권에서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추진하는 '지역 전략사업'의 경우 여기에 필요한 그린벨트 해제 면적을 지자체가 해제할 수 있는 총량에서 제외한다. 아울러 보존 등급이 높아 원칙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한 환경평가 1∼2등급지의 그린벨트 해제도 비수도권에 한해 국가 또는 지역 전략사업을 추진할 때는 허용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농지에 수직농장(재배용 선반을 쌓아 올려 농산물을 기르는 시설)을 별도의 지목변경절차 없이 설치할 수 있게 하는 등 농지 이용규제도 합리적으로 개선된다.
그린벨트는 1971년 수도권을 시작으로 지정되기 시작해 전 국토의 5.4%까지 늘었다가 1990년대 말 이후 차츰 해제되기 시작해 지금은 7개 광역도시권 내 3천793㎢가 남아 있다. 국토 면적의 3.8%다. 이 중 비수도권 그린벨트가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이번 정부의 그린벨트 정책 변화는 2001∼2003년 7개 중소도시 그린벨트가 전면 해제된 이후 20년 만의 대대적 변화다. 그동안 지자체장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그린벨트 규제 개선을 줄기차게 정부에 요구해왔다. 지자체는 각자 그린벨트를 해제할 수 있는 면적이 있는데 그 규모가 작아 예를 들어 군 공항 이전 사업 같은 것을 하고 나면 해제 총량이 다 소진돼 첨단산업단지 조성 자체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재도 국가 주도 전략사업은 해제 총량에서 제외되지만 지역주도 사업은 해제 총량 범위 내에서만 그린벨트 해제가 가능했다. 이번에 비로소 개발의 물꼬가 트인 그린벨트 상위 1, 2등급지도 전체 그린벨트의 79.6%에 달한다.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 총량에서 예외를 인정할 지역 전략사업은 국무회의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 심의를 통해서 선정하겠다고 했다.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신청부터 중도위 심의까지 1년 이내에 완료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문제는 신속한 절차 못지않게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당초 얻고자 했던 성과를 실제 거둘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기업 유치가 안 되거나 설령 기업이 들어서도 기대한 만큼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가 나지 않고 난개발만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업 선정의 원칙과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엄격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간 지자체 주도로 이뤄진 대규모 사업들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한 채 흐지부지된 경우가 적잖았다. 촘촘한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
지방에 첨단산업 시설을 유치하려면 그린벨트 해제 같은 토지 규제 완화가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게다가 시대나 상황 변화에 맞게 그린벨트 정책이 조정되지 않는다면 개인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린벨트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첨단산업 육성과 지역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 규제 개선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규제 완화에는 으레 부작용이 초래될 소지가 뒤따른다. 느슨해진 규제의 틈을 노린 투기 세력이 발을 못 붙이도록 하고, 지자체들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한답시고 무분별하게 개발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강구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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