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가는 중동…미 '보복' 천명에 친이란 조직 "즉각 떠나라"
미국 "이란과 전쟁·중동확전 원치않으나 할 일은 할 것"
이라크 무장세력 "미군 즉각 철수 않으면 가혹한 대가" 위협
이란 "'저항의 축' 결정에 관여 안해" 개입 의혹 거듭 부인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주둔지 공격에 미국이 보복을 천명한 가운데 이라크 친이란 무장세력이 미군은 즉각 떠나라고 위협하고 나서면서 중동의 긴장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이어 29일(현지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앞서 요르단 미군 기지에 대한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한 데 대해 이란이 후원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의 소행이라고 지목하고 보복 방침을 분명히 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 역시 성명에서 "대통령과 나는 미군에 대한 공격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미군, 우리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미국의 경고에도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 의지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강 대 강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하라카트 알누자바는 요르단 미군 주둔지 공격이 발생한 이튿날인 28일 성명에서 미군이 즉각 떠나지 않으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CNN 방송은 전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하라카트 알누자바는 미군이 "오늘 떠나지 않으면" 계속해서 공격할 것이며 "철수하지 않고 지나가는 하루하루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 단체는 이번 요르단 미군 주둔지 공격의 배후라고 주장하지는 않았다.
앞서 미군 주둔지 공격과 관련, 이란의 지원을 받는 또 다른 이라크 무장조직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는 요르단과 시리아 국경 지대의 미군기지 4곳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고 자처한 바 있다.
이란은 이번 공격에 자국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거듭 부인하면서 '저항의 축'은 각자 자율적인 결정을 내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란은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른바 '저항의 축'이란 이름으로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왔다.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등이 이에 속한다.
그러나 이번 공격에 이란제 드론(무인기)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CBS 방송이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29일 보도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확전(wider war)을 원하지 않으며 지역(중동)에서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며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가 27일 밤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에 대한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이 계속됐지만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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