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사망에 요르단 전쟁 휘말리나…이란發 '고도의 게임'?
"요르단에 "어느 편에 설건가" 선택 압박…'저항의 축'엔 지지 메시지 해석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친이란 무장세력의 요르단 미군 주둔지 공격으로 미군 병사 3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치면서 요르단이 중동 전쟁에 말려들게 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요르단은 미국의 중동 내 주요 동맹국이자 경제적으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걸프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는 국가다.
요르단은 과거 접경국인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에 있었으나, 1994년 미국의 중재로 전쟁 상태 종식을 선언하고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체결했다.
이집트와 함께 아랍권에서 드물게 이스라엘과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은 국가다.
그러나 팔레스타인계 국민이 과반을 차지하는 이 나라에서 친서방 정책은 별로 인기가 없다.
요르단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해왔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과 관련해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을 비판해왔다.
특히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아랍권의 서방 동맹국 외교관들 가운데 이스라엘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왔다.
이란은 공식적으로는 이번 공격에 자국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만약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이 이란의 승인 아래 이뤄진 것이라면 치밀하게 계산된 '긴장 고조'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이 요르단에 중동 분쟁이 확대될 경우 어느 편에 서기를 원하는지 생각해보라고 다시 한번 묻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번 공격에 대한 요르단의 반응과 향후 이란과 이 나라 사이에 어떠한 움직임이 있을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은 하마스에는 실망스러운 일인데, 이번 공격으로 이란은 전면전은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자국이 '저항의 축'을 잘 떠받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더타임스는 분석했다.
이란은 역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른바 '저항의 축'이란 이름으로 중동의 반미·반이스라엘 세력을 결집해왔다. 하마스,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시리아 정부군, 이라크 친이란 민병대 등이 이에 속한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성명을 통해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요르단 북부 미군 주둔지 '타워 22'가 전날 밤 무인기(드론)의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중동에 주둔한 미군에 대한 친이란 무장단체의 공격이 계속됐지만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공격은 이란이 후원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극단주의 민병대의 소행이라면서 책임을 묻겠다며 보복을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은 특정 민병대를 배후로 지목하지는 않았으나 미국의 발표 직전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무장조직 '이슬라믹 레지스턴스'(Islamic Resistance)는 요르단과 시리아 국경을 따라 미군 기지 여러 곳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주유엔 이란 대표부는 요르단 미군기지 공격에 자국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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