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선 D-7…예측불허 승부 속 '미중 대리전'도 고조
친미 라이칭더, 친중 허우유이에 '박빙' 우위…中 압박·2030 표심·부동산 등 변수 평가
美바이든, 국방수권법 서명 '대만 우회지원'에 中시진핑 "조국 통일은 필연" 경고음 발신
'전 지구적 선거의 해' 첫 테이프…결과 따라 대만해협·인태 미중 힘겨루기 양상 변곡점
(타이베이·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김철문 통신원 = 향후 4년간 대만을 이끌 차기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대선)가 6일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친미ㆍ독립 성향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친중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에 오차 범위 내에서 '박빙' 차이로 앞선다는 게 대체적 평가여서 마지막까지 누가 웃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올해 펼쳐질 굵직한 선거의 첫 단추를 끼우는 선거라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와 미국, 유럽 등 서방 자유주의 진영 간 글로벌 대결 구도가 갈수록 선명해지는 가운데 치러진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의 암묵적인 지지를 받는 후보 간 '미중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지는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미중 관계와 글로벌 정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친미·독립' 라이칭더, '친중' 허우유이 후보에 박빙 격차 선두
선거 열흘 전인 여론조사 공표금지 시한 직전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보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샤오메이친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32%, 국민당 허우유이 총통·자오사오캉 부총통 후보가 지지율 27%를 각각 기록했다.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총통·우신잉 부총통 후보는 21%로 3위를 유지했다.
새해 첫날 1일과 2일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라이 후보가 1위를 빼앗긴 적은 없지만, 허우 후보와 격차는 오차범위 내인 3~5%포인트(p) 이내였다.
막판 변수에 따라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불안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 중국 압박 역풍 되나…부동산 논란 등에 '정치보다는 민생' 2030 표심이 변수
남은 일주일간 선거 판세를 가를 변수로는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 압박이 우선 꼽힌다.
이미 중국 각 당국은 경쟁하듯 나서 "독립=전쟁"이라며 '친중 후보 당선'을 위해 '말폭탄'을 퍼붓고 있다.
대만 내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같은 강압적 행보가 오히려 대만 유권자들 반감을 사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중국 본토에 거주하며 사업 등을 하는 대만인들이 투표할 때 이런 강경한 중국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중국 본토에는 대만 인구의 약 5%에 달하는 120만명의 대만인이 거주하고 있다.
20~30대 젊은 층 표심은 또 다른 변수다.
선유중 대만 동해대 정치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자신들은 양안(중국과 대만)의 현 상황을 바꿀 능력이 없다고 느끼고 취업, 집값, 임금, 학비 등 자신과 관계있는 의제에 더욱 관심을 둔다고 분석했다.
취업난 등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로서는 거창한 정치적 문제보다는 민생, 복지 등 경제문제에 더 신경 써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세 후보 공히 논란이 된 부동산 문제가 표심을 가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판스핑 대만사범대 교수와 장촨셴 대만 중앙연구원 정치학연구소 연구원은 연합뉴스와 서면인터뷰에서 라이 후보는 고향 집에 대한 불법 건축 논란이, 허우 후보는 문화대학교와의 기숙사 임대 계약 논란이, 커원저 후보는 신주 농지의 주차장 불법 전용 논란이 있다면서, 이 사안에 대해 젊은 층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승패를 가를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 더 선명해지는 '미중 대리전'…대만해협 힘겨루기 양상 가를 듯
선거가 박빙으로 가면서 미중 양국의 '신경전'도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차기 총통이 친미 인사인지, 친중 인사인지에 따라 대만해협을 둘러싼 힘겨루기 경쟁 주도권을 쥐는데 유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독립 국가인 대만 내정에 외견상 거리를 둬 왔지만, 중국 영향력 견제를 위해 이번 선거에서 친미 성향 라이 후보가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말 국방예산을 직전보다 약 3% 늘린 8천860억달러(약 1천152조원)로 규정하는 국방수권법안에 서명한 것도 우회적으로 대만 수호 의지를 표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언론은 이번 법안이 미국과 대만 간 군사 사이버 보안 협력의 확대와 대만에 대한 무기 인도 과정 등에 대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독립 성향인 라이 후보 당선을 막기 위해 노골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대만을 상대로 한 무역 장벽 여부 조사를 연장한 데 이어 대만산 폴리카보네이트(PC)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연장했다.
경제적 압박으로 민진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꾀해 대선을 중국에 유리한 국면으로 끌고 가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방수권법을 통과시킨 지 수 일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나섰다.
시 주석은 지난해 마지막 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만을 겨냥해 "조국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은 개입하지 말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도 읽힌다.
이같이 미중 양국이 양보없는 경쟁을 펼치는 것은 대만 선거 결과가 미중 힘겨루기 양상을 바꿀 수 있는 바로미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입장에서 대만이 갖는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대만이 중국 수중으로 넘어간다면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송로인 대만해협이 중국 해안이 되면서 서태평양 작전에 엄청난 구멍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또 친중 후보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 힘이 약해지는 틈을 뚫고 적어도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을 물리치고 확실한 지배권이나 헤게모니를 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미국으로서는 민진당이, 중국으로서는 국민당이 각각 집권 시 든든한 우군이 될 수 있지만, 그 반대 결과가 나온다면 상대국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를 잃는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를 입증하듯 '친중' 허우 후보는 지난 5일 대만 매체와 인터뷰에서 당선 시 1년 이내에 양안 간의 대화를 회복할 것이라며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한 발전을 강조했다.
차이잉원 총통 집권 8년간의 '친미 행보'를 일거에 뒤집겠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미중 양국이 이번 선거에 뒷짐 지지 않고 우회적 또는 노골적으로 관여 또는 개입하는 이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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