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부동산발 금융불안…못갚는 건설업 은행대출 1년새 2배로
전체 금융기관 건설·부동산업 연체율도 0.72→1.75% 2.4배로
한은 "부동산 시장 하방 위험…연체율 추가 상승 가능성" 경고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부동산 경기 부진과 고금리 환경 등이 이어지면서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 부실에 따른 금융 위기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금융권과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크지 않은 은행권조차 일반 건설업 연체가 빠르게 불어나면서 긴장 속에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도 "부동산 시장 하방 위험을 고려할 때 최근 대출 증가를 주도한 건설·부동산 업종의 연체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경고하고 나섰다.
◇ 5대은행 건설업 연체액·연체율, 1년 새 2배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종 대출 잔액은 11월 말 현재 모두 23조2천387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20조3천915억원), 2021년 말(15조9천704억원)과 비교해 각 1년과 2년 사이 14%(2조8천472억원), 46%(7조2천683억원) 불었다.
현재 1천51억원 규모인 연체액의 증가 속도는 더 빠르다. 작년 말(524억원)의 2배일 뿐 아니라 2021년 말(330억원)의 3.2 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연체율 역시 2021년 말 0.21%, 2022년 말 0.26%에서 올해 11월에는 0.45%까지 뛰었다.
부동산 PF의 경우 11월 말 기준 5대 은행 잔액은 18조2천404억원 정도다. 올해 들어 26%(3조7천917억원) 더 늘었지만, 연체율은 아직 0%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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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대 시중은행 부동산·건설 관련 대출 현황(단위:억원, %) │
│※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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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 2021.12│2022. 12│202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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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 잔액 │94,991│ 110,649│ 144,487│ 182,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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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잔액 │ 142,120│ 159,704│ 203,915│ 232,387│
│대출 ├───────┼─────┼─────┼──────┼──────┤
│ │연체액│ 451│ 330│ 5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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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체율│ 0.32│ 0.21│0.26│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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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업 연체율 5년여만에 최고…은행권 "부동산 PF 지침·조사도 강화"
은행권 내부에서도 최근 건설업종의 빠른 연체율 상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지만, 다른 업종과 비교해 건설업의 연체율이 두드러지게 빨리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 은행의 '경영 팩트북'을 보면, 올해 3분기 말(9월 말) 기준 건설업종의 연체율은 0.83%로 13개 업종 가운데 1위다.
더구나 이런 건설업의 연체율은 2018년 2분기 말(6월 말)의 1.19%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3분기 말과 비교해 1년 사이 연체율 상승 폭(0.36%p·0.47→0.83%)도 숙박·음식업(0.50%p·0.27→0.77%)에 이어 두 번째다.
부동산 PF 부문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주택금융공사(HF) 보증부 대출 위주로 부동산 PF 잔액이 증가했다"며 "대부분 선순위 보증을 바탕으로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PF 관련 부실 위험이 당장 크지는 않지만 부동산 경기가 다시 냉각되는 만큼 선제적 위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KB국민은행의 경우 6개월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 부실 징후 사업장 등에 대해 현장 실사 등 강도 높은 주기적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정상 진행 가능성이 큰 사업장의 경우 선별적으로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금리도 낮춰 자구 기회를 주기도 한다.
신한은행도 중점·점검 관리 대상 사업장을 정해 매달 위험성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PF 심사 가이드라인(침)을 강화했고, PF에 대한 대출 재점검(리뷰)과 기획 감리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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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부동산업 대출 연체율 추이(단위: %) │
│ ※ 한국은행 통계(전체 금융기관 업무보고서 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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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분기│가계 │기업(전체) │기업(건설업 및 부동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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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Q1 │0.90 │0.8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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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Q2 │0.89 │0.85│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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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Q3 │0.92 │0.94│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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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Q4 │0.81 │0.78│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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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Q1 │0.89 │0.93│0.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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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Q2 │0.83 │0.83│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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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Q3 │0.77 │0.83│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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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Q4 │0.65 │0.7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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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Q1 │0.65 │0.79│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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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Q2 │0.60 │0.73│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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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Q3 │0.59 │0.72│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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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Q4 │0.52 │0.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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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Q1 │0.56 │0.70│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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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Q2 │0.56 │0.6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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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Q3 │0.60 │0.7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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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Q4 │0.66 │0.95│0.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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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Q1 │0.83 │1.49│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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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Q2 │0.86 │1.59│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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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은 "부동산에 대출 집중…주택시장은 불확실"
한은 역시 대출의 부동산·건설 관련 부문 집중 문제와 부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한은의 '업종별 대출 집중도' 분석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현재 부동산업의 집중도는 3.3으로 5개 업종(부동산업·건설업·숙박음식·도소매·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대출 집중도는 업종별 대출금 비중을 업종별 명목 국내총생산(GDP) 비중으로 나눈 값으로, 결국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부동산업에 대출이 지나치게 많이 쏠려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가계와 기업 대출 증가를 부동산 부문이 주도하지만,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은 큰 상황"이라고 부동산 관련 대출을 금융 불안 요소로 지목했다.
한은 조사 결과 전체 금융기관의 건설업·부동산업 대출 연체율은 올해 2분기 현재 1.75% 수준이다. 작년 2분기(0.72%)와 비교해 불과 1년 새 2.4 배로 뛴 셈이다.
한은은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매각 노력은 연체율 상승세를 제약하겠지만, 향후 부동산 시장의 하방 리스크(위험)를 감안하면 연체율의 추가적 상승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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