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대륙위원회 보고서 "중국, 내년 총통 선거 개입 강도 높여"
푸젠양안시범구·무역장벽조사·ECFA·폭스콘 세무조사·농산물 수입 제한 등 '경제적 강압'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가 내년 1월 13일 총통 선거에 "중국 당국이 개입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 최고 지도부 지시를 받아 다양한 경로로 전방위적인 선거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대륙위원회의 시각이다.
14일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에 따르면 대륙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이런 견해를 밝혔다.
대륙위원회는 우선 중국 국가이민국이 푸젠양안통합시범구 승인을 바탕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대만인 대상 10가지의 특혜성 정책을 선거 개입 사례로 꼽았다.
지난 9월 27일 중국 공산당 산하 대만사무판공실과 국무원의 국가발전개혁위가 주축이 돼 추진해온 이 시범구 사업을 뒷받침하려는 목적의 10가지 정책은 푸젠성에서 대만 신분증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하나의 생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이는 중국 당국이 대만인들의 중국 내 사업과 유학·취업을 지원하는 한편 생활 편의를 개선하면서 푸젠성과 대만의 경제적 통합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이를 통해 친중 성향 총통 후보 지지를 끌어내려 한다고 대륙위원회는 분석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후닝 상무위원 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장은 지난 9월 28일 국경절 리셉션에서 대만 독립 및 분리주의에 대한 결연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대만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대륙위원회는 이어 중국이 무역장벽 조사와 대만 기업인 대상 세무조사, 대만산 농산물의 중국 수출제한, 중국 관광객의 대만 방문 등을 고리로 총통 선거에 개입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4월 12일 대만을 상대로 무역 장벽 조사를 시작한 중국은, 지난 8월 대만의 무역 제한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의 비차별 원칙과 수량 제한 철폐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총통 선거 하루 전인 내년 1월 12일 조사를 종료하겠다고 중국 당국이 발표한 점이다.
중국은 이와 더불어 대만과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중단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보다는 한 단계 아래인 양안(중국과 대만) ECFA는 2010년 체결됐다.
그러나 현재 대만의 전체 수출에서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40%를 넘을 정도로 과도해진 상황에서, 중국은 무역 장벽 조사와 ECFA 파기 가능성을 들먹이면서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 민진당이 재집권하는 상황이 되면 무역장벽 조사와 ECFA 파기 또는 제한으로 무역 보복을 할 것임을 시사함으로써 친중 후보에 대한 지지를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망고 등 대만산 농산물의 수입도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은 애플 최대 협력사인 대만 폭스콘에 대해 세무·토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두고 폭스콘의 창업자이자 총통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궈타이밍을 겨냥해 자진 사퇴를 압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중국은 친중 세력인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후보 또는 허우 후보와 제2야당 민중당 커원저 후보 간 단일 후보의 당선을 바라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야권 표를 분열할 것으로 보이는 무소속 궈타이밍 후보의 출마를 부정적으로 본다.
대륙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중국 공산당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갖고서 다양한 개입행위를 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적 강압을 통해 총통 선거를 방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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