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전쟁 초기 '인질 일부 석방·5일 휴전안' 거절했다"
"협상안 네타냐후 거칠 때마다 이스라엘 입장 강경해져"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초기 가자지구에 잡혀있는 인질의 일부를 석방하는 대신 5일간 휴전을 하자는 제안을 거절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민간인을 살해하고 인질을 납치해 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뤄진 협상에서 나온 이 제안을 즉각 거절했다.
당시 협상 테이블에 나왔던 제안에는 인질 중 어린이와 여성, 노인, 환자들을 석방하는 대가로 5일간 휴전을 하자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이스라엘 정부는 이를 거절하고 얼마 뒤 지상 공격에 돌입했다고 이 소식통들은 전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지상 공격을 시작한 지난달 27일 이후에도 하마스와의 인질 협상이 재개됐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을 대가로 일시 휴전을 하자는 제안에 계속해서 강경 노선을 이어갔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다.
또 다른 소식통들은 이스라엘의 지상 공격에 앞서 이뤄진 다른 협상에서 하마스가 외국 국적 인질 수십명을 포함해 꽤 많은 숫자의 인질을 석방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가디언은 인질 협상에 관해 이스라엘 총리실 측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지난 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가자지구에 끌려간 인질의 수는 약 240명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정부가 인질 협상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인질 가족들이 네타냐후 총리 관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스라엘 정부와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인질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1∼3일간의 일시 휴전과 인질 10∼15명의 석방을 주고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짧은 기간의 휴전과 소수의 인질을 맞바꾸려는 시도는 이후 본격적인 인질 협상을 위한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들의 정확한 명단을 제공하는 것을 두고서도 충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하마스로부터 인질 전체 명단을 받기 전에는 휴전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하마스 측은 인질들이 가자 전역에 퍼져 있어 이스라엘의 공격이 멈추지 않으면 전체 명단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하마스는 인질들을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수감자 및 연료 등의 물자와 교환하자고 제안했으나 휴전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를 거둬들였다.
이 소식통은 "이스라엘 측에서 협상 요구를 할 때마다 매번 그 내용이 더 강경해졌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협상안이 네타냐후를 거칠 때마다 더 강경한 요구사항들로 바뀌어서 되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공개적으로도 여러 차례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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