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바이오 투자심리…제약사들 '생존 전략' 모색중

입력 2023-10-22 07:00
얼어붙은 바이오 투자심리…제약사들 '생존 전략' 모색중

개발단계 후보물질 '선택과 집중'…유상증자로 자금조달 추진



(서울=연합뉴스) 조현영 기자 =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사업을 재정비하고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등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2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 투자 금액은 5천961억원에 그쳤다. 2021년 상반기 투자 금액은 1조8천101억원이었으나 지난해 상반기 1조3천159억원으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그보다도 절반 넘게 감소한 셈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발생해 금리가 오른 지난해부터 회사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이전에는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주주 배정을 통해 자금을 쉽게 조달했는데, 지금은 더 큰 노력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제약·바이오 분야 투자액 규모가 지난해보다 대폭 감소함에 따라, 더욱 과감하고 혁신적인 생존 전략 모색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선택과 집중'으로 파이프라인(개발 중 제품)을 재정비하고 나섰다. 임상 개발 비용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서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과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212'의 개발을 중단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세계 시장에서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는 또 다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207'의 개발을 더욱 가속·효율화하고자 파이프라인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지씨셀[144510]도 최근 개발 역량의 선택과 집중을 꾀한다며 판상형 건선 치료제의 임상시험을 조기 종료했으며, 제넥신[095700]은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GX-G8'의 임상 1상을 자진 중단했다.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마련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일동제약[249420]은 3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이 자금을 원재료 매입 등 회사 운영 자금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이수앱지스[086890]도 모회사 이수화학[005950]을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의 제삼자 배정 유상증자와 주주 대상 500억원 규모 공모 전환사채 발행을 최근 결정한 바 있다.

hyun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