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바그너 용병들과 프리고진 일당 갈라치기하려 해"
푸틴, 프리고진엔 '반역자'…지휘관·병사들은 '애국자' 추켜세워
쿠데타 대신 '협박' 지칭…'정권 견고' 포장·프리고진 의도 파악 암시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바그너 그룹의 무장 반란 사태를 진정시킨 이후 예브게니 프리고진 등 반란 주동자들과 나머지 용병들의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26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날 TV를 통해 행한 대국민 연설에 이와 같은 의도가 숨어 있다고 해석했다.
ISW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반란을 이끈 바그너 그룹 수장 프리고진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으나 여러 차례 무장 반란의 조직자들을 반역자로 비난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압도적 다수의 바그너 그룹 전사들과 지휘관들이 국민과 국가에 헌신하는 러시아 애국자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바그너 그룹 용병들과 무장 반군 조직자, 즉 프리고진과 그 추종자들을 구분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세 가지 선택권을 제공했는데, 그중 하나는 러시아에 계속 복무하고자 하는 이는 러시아 국방부 등과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다.
ISW는 "러시아로선 바그너 그룹의 현 지휘관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그들의 전투 효율성과 사기를 유지하는 데 중요할 것"이라며 "이들을 달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바그너 지휘관들의 공로를 치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ISW는 이어 "푸틴 대통령으로선 바그너 사령관들을 반역죄로 체포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대신 이들을 용서하고 통합하겠다고 제안했다"며 "이는 (그에게) 잘 훈련되고 효과적인 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크렘린궁 역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및 기타 국제 교전에서의 작전을 유지하기 위해 바그너 그룹을 유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ISW는 크렘린궁이 바그너 그룹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ISW는 바그너 그룹을 국방부 산하에 통합시켜 기존 군사 조직을 강화하거나, 아프리카 또는 중동 작전에만 투입하고 우크라이나전에서 쓴 조직은 해체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크렘린궁이 바그너 그룹을 독립 조직으로 유지하기로 한다면 프리고진과의 연관성을 끊어내기 위해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또 이날 연설에서 "이번 상황은 모든 협박과 혼란이 실패할 운명임을 보여줬다"고 말하면서 프리고진의 무장 반란을 쿠데타도 아닌 '협박'으로 규정지었다.
ISW는 "푸틴은 자신의 정권이 견고하다는 이미지를 보존하려 노력했다"며 "'협박'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도 프리고진이 크렘린궁을 직접 공격할 의도가 아니라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려 했다는 것을 푸틴이 인식했음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프리고진은 그동안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육군 총참모장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트리며 이들을 해임하라고 요구해 왔다.
푸틴은 연설에서 러시아 군이 자신의 직접 명령에 따라 유혈 사태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했다고도 주장했는데, 이 역시 "러시아 병사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해 돌아섰다"는 프리고진 주장의 힘을 빼기 위해서라는 게 ISW의 진단이다.
이날 연설 후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과 러시아 보안 기관 책임자들이 참석한 회의를 주재했다고 밝혔다.
ISW는 "크렘린궁이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교체할지는 불분명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프리고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되기에 크렘린궁이 당장 군 지휘부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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