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다진 美中, 본격대화 수순 접어드나…블링컨 방중여부 촉각
미국은 G7, 중국은 중앙아시아·러시아와 각각 진영 내 결속강화
주미중국대사 공백 해소에 美국무부 인적 변화도 주목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각자 자기 진영을 다진 가운데 양국 관계의 '가드레일'을 만들기 위한 대화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주목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종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초 미국 영공을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민간 비행선이라고 주장)을 미국이 격추한 이후 냉각된 미·중 관계가 곧 해빙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약 5개월간 공석이었던 주미 중국 대사로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이던 셰펑 신임 대사가 23일(이하 현지시간) 부임함으로써 미중 소통 채널의 '빠진 이'가 채워졌다.
이런 일들은 양측이 모두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한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의 '오스트리아 빈 회동(10∼11일) 이후에 이뤄졌다.
사실 미중 간에는 이 같은 대화 쪽 흐름뿐 아니라 대치의 흐름도 최근 선명했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19∼21일·히로시마), 중국은 18∼19일 중앙아시아 5개국과의 정상회의와 이어진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의 방중 협의(23∼24일)를 통해 각자 자기 진영을 다졌다.
거기에 더해 중국은 21일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를 발표함으로써 미국이 작년부터 박차를 가해온 대중국 첨단 반도체 분야 디커플링(분리)에 맞서 반격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과 관련, 설리번·왕이 대화 이후 다시 미중이 첨예한 갈등으로 회귀한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 다가올 대화 재개에 앞서 각자 자신들의 협상력 내지 지렛대를 최대화하려는 행보일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미국 외교라인의 인적 조정 움직임도 같은 맥락에서 흥미롭다. 웬디 셔먼이 국무부 2인자인 부장관직에서 12일 사임했고, 작년 12월부터 국무부 중국 문제 조정관으로 재임해온 릭 워터스 부차관보가 조정관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향을 피력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이런 인사가 미국의 대중국 정책 선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근거는 부족하지만, 새로운 정책적 시도가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일부에서 나온다.
결국 미중 경쟁이 무력 충돌로 비화하는 것을 막고, 정찰 풍선 갈등 이전, 더 나아가 작년 11월 미중 정상의 발리 회담 직후 상황으로 돌아가기 위해 양측이 각급 대화를 재개할 시기가 무르익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당장 이달 중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의 방중과 캐서린 타이 미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회동, 내달 2∼4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의 회동 등이 가까운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는 미중 고위급 대화로 꼽힌다.
그러나 양국 갈등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2월 정찰풍선 갈등으로 인해 무기한 연기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통해 포괄적으로 양국 관계 관리를 모색하는 행보가 필요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중 간의 본격적 대화 재개는 최근 심상치 않은 갈등 양상을 보이는 한중관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한중 갈등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서 한국이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공조 강화의 방향을 확고히 하고, 중국이 그에 격하게 반발하면서 심화한 측면이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런 만큼 미중관계가 본격적 대화·상황 관리 국면으로 들어가면 그것은 한중관계의 변화 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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