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M&A 때 진입장벽·독과점 전이, 효율성 적극 심사해야"
조성익 KDI 선임연구위원,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기준 제언
(세종=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M&A)이 경쟁을 제한하는지 심사할 때는 독과점 사업자가 다른 분야로 지배력을 전이하거나 시장 진입장벽을 높일 가능성과 효율성 증대 효과를 더 적극적으로 심사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8일 발표한 'KDI 포커스 - 플랫폼 기업결합 개선 방향' 자료에서 "플랫폼 기업결합의 특성을 반영해 플랫폼 기업결합의 심사 및 경쟁 제한성 판단 방식을 지금보다 좀 더 구체적인 수준에서 제시하는 심사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은 무료 검색, 모바일 메신저 등 핵심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모은 뒤 쇼핑·택시·광고 등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전략을 구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진출하기 위해 기업결합을 활용한다"며 "신사업 진출 자체는 경쟁 제한적 행위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경쟁 제한적 행위가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 기업결합에서 특별히 우려되는 것은 신규 진출 분야에서 자사 우대를 통해 경쟁 사업자를 배제하는 행위"라며 "기업결합을 통해 새로운 보완적인 서비스가 추가되면 플랫폼 기업의 핵심 서비스 분야와 해당 플랫폼 생태계의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상 수직·혼합 기업결합 심사 때 경쟁 사업자의 구매선·판매선이 봉쇄될 우려가 없는지, 독과점 사업자가 끼워팔기를 통해 다른 시장으로 지배력을 전이할 가능성이 없는지를 심사한다.
그런데 플랫폼의 경우 경쟁 사업자와 이용자 간 거래를 직접적으로 봉쇄하거나 끼워팔기를 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새로 인수한 업체·부가서비스에 이용자가 몰리도록 다양한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자사 부가 서비스를 쓰면 추가 혜택을 주는 식으로 경쟁 사업자를 곤란하게 하는 것(경쟁사업자 비용 증대)이 대표적이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전통적인 봉쇄 기준을 갖고 플랫폼 기업의 봉쇄 효과를 평가하면 (최종 구매 선택은 이용자에게 맡겨져 있어) 직접적인 봉쇄 능력이 없는 플랫폼의 기업결합 봉쇄 효과를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느슨한' 봉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자사 우대 문제를 봉쇄와 지배력 전이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심사기준에 적시해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또 "플랫폼은 애초에 진입장벽의 형성 및 증대 자체가 기업결합의 (암묵적) 목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진입장벽 형성과 증대를 적극적으로 심사할 것임을 선언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선임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결합은 전통기업 결합보다 이용자 편의 제고 등 시너지가 특별히 클 가능성이 높다"며 "플랫폼 기업결합 심사에서 플랫폼 특유의 효율성 증진 효과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효율성 검토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경쟁 제한성이 있더라도 효율성 증대 효과가 크면 기업결합을 허용하는데, 플랫폼 기업결합은 일반적인 기업결합보다 효율성 증대가 더 클 수 있으므로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수직결합과 수평결합을 구분하는 심사 방식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경우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고 구분할 실익도 없으므로 폐지하라고 제언했다.
한편, 공정위는 상반기 중으로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개정하기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플랫폼들의 혼합 결합으로 인한 진입장벽 증대 효과, 지배력 전이 가능성 등이 엄밀하게 검토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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