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서방, 러 위협하려고 중앙아를 거점 삼으려 해"

입력 2023-05-16 17:46
러 외무차관 "서방, 러 위협하려고 중앙아를 거점 삼으려 해"

옛 소련권 내 서방 영향력 확대 견제…中, 중앙아 정상들과 회의 예정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미하일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 남부 국경을 위협하기 위해 옛 소련권인 중앙아시아 지역을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고 비판했다고 타스·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갈루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러시아 중부 톰스크주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인 '발다이 클럽'의 제3차 중앙아시아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과 나토는 흔히 파트너 프로그램과 훈련이라고 불리는 것에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참여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며 "이 지역에서 합동 훈련을 재개하고 그들의 군사시설을 배치하는 것에 관해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테러 행위 지원 등을 포함한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고 있으며, 이러한 행위를 중앙아시아로까지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갈루진 차관은 "군사 공격과는 별도로 러시아를 상대로 한 경제·정보·법률 분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서방의 위험한 선은 중앙아시아에도 투영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노력은 러시아를 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중앙아시아 지역을 분리해 점진적으로 이곳을 러시아 남부 국경을 위협할 수 있는 발판으로 변모시키려는 목적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그는 서방이 중앙아시아에서 반러시아 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그들 통제 아래 있는 언론매체와 비정부기구(NGO)를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서방은 러시아와 중국을 억제하고 아시아∼유럽을 오가는 교역 루트의 교차로를 통제하기 위해 중앙아시아를 정책적 도구로만 간주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와 전통적 우방 관계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와 경제·군사 등 분야에서 협력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는 중립을 유지한다.

현재 미국 등 서방은 중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이 지역 국가들과 연대를 다지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들은 지난 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절 행사에 모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우크라이나 사태 후 러시아와 밀착하는 중국 역시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중앙아시아 지역에서 서방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한다.

이런 까닭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작년 9월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약 32개월 만에 외국 방문을 재개하면서 첫 해외 순방지로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택한 바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오는 18∼19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중국-중앙아시아 정상회의도 개최할 예정이다.

su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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