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조 부채에 25.7조 자구안 내놓은 한전…요금 '역마진' 여전

입력 2023-05-12 16:40
192.8조 부채에 25.7조 자구안 내놓은 한전…요금 '역마진' 여전

1분기 또 6조원대 손실…가스공사도 미수금 11조원대로 폭증

요금 소폭인상에 적자 이어질듯…전문가 "요금문제 회피해선 안돼"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부채가 190조원대까지 폭증한 한국전력[015760]이 12일 여의도 건물 매각 추진, 임직원 임금 반납 등 내용을 담은 25조원대 자구안을 내놓았다.

이어 정부와 여당은 2분기 전기요금을 1kWh당 약 7원가량 올릴 것으로 보여 한전이 이번 자구안 발표와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심각한 재무 위기를 넘는 계기를 찾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전은 건물 등 자산 매각 등을 통해 2026년까지 25조7천억원 규모의 재무 개선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월의 '20조1천억 자구안'보다 5조6천억원이 더 커진 것인데, 한전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자구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새 내용을 보면 '알짜 부동산'으로 손꼽히는 여의도 남서울본부 건물 매각 추진을 빼고는 경상비 절감(1조2천억원), 전력망 투자 연기(1조3천억원), 전력비 정산 방법 수정을 통한 구입비 절감(2조8천억원) 등 대체로 향후 나갈 돈을 절약하겠다는 내용들이다.

지난 2월 발표된 자구안도 자산 매각을 통해 새로 유입될 것으로 기대되는 자금은 3조원가량에 그친다. 대부분은 자산 재감정을 통한 장부상의 자본 확충(7조4천억), 사업 조정(5조6천억원), 비용 절감(3조원) 등이다.

한전은 자구안대로라면 쌓일 대로 쌓인 영업적자를 근본적으로 해소해나가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전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5조8천억원과 32조6천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6조1천77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이후 누적 영업손실만 이미 45조원대다.

한전 부채는 작년 말 기준 192조8천억원이며, 전년보다 47조원 폭증했다. 부채비율도 459.1%에 달한다.

한전은 회사채 발행으로 버티는데, 4월 기준 한전의 누적 회사채 발행 규모는 77조1천53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한전이 재무 구조 추가 악화에서 벗어나 회생을 모색하는 방법은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현재의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한전 적자 규모가 너무 크고 전혀 멈추지 않는 속도로 가고 있어 알려진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는 악화 추세에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며 "요금 정상화 문제를 회피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작년 한전의 kWh당 전력 구입 단가는 155.5원이었지만, 판매 단가는 이보다 30원 이상 낮은 120.51원이었다.

이번 자구안 발표를 계기로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조만간 이뤄지면 한전에는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kWh당 약 7원가량의 인상이 이뤄지면 한전은 올 하반기에 2조원가량 영업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상이 이뤄져도 역마진 구조 해소까지는 부족한 수준이어서 재무 구조가 계속 나빠지는 흐름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1분기 kWh당 전력 구입 단가와 판매단가는 각각 174.0원, 146.6원이었다. 여전히 1kWh 전기를 팔 때마다 27.4원을 손해 보고 팔았다는 얘기다.

이날 함께 자구책을 발표한 한국가스공사도 역마진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미수금으로 쌓이고 있다.

국내 가스 공급 요금이 국제 에너지 가격을 온전히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 구조 속에서 가스공사의 1분기 말 기준 도시가스용 미수금은 11조6천억원으로 작년 말 8조6천억원보다 3조원이나 급증했다.

가스공사 역시 이날 2급 이상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액 전액 반납과 투자비 1조4천억원 이연·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자구안을 내놓았지만, 큰 폭의 요금 조정이 없는 상황에서는 11조원대로 쌓인 미수금 규모를 줄여나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공기업이 국제 에너지 가격 변화를 천천히 반영했다가 추후 이익으로 손실을 메우는 기존의 방식은 일정 부분 긍정적 효과가 있었지만,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손 교수는 "과거 작은 (에너지 가격) 파도가 올 때는 시간차 돌려막기식으로 국민에게 타격을 주지 않고 추후 원가가 내려가면 보충하는 지혜로운 방법이지만, 파도가 아닌 해일에 대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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