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노스 "EU 일부 국가, 우크라전 후에도 러시아에 무기수출"

입력 2023-04-22 20:02
38노스 "EU 일부 국가, 우크라전 후에도 러시아에 무기수출"

"유엔 무역통계 분석하니 소형화기·경량무기 수출 드러나"

"튀르키예·인도, 대러 무기 수출에 박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유럽연합(EU) 회원국 일부가 러시아에 소형화기나 경량무기(SALW)를 지속적으로 수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유엔 국제 무역 통계 데이터베이스 '유엔 컴트레이드'(UN Comtrade)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 데이터베이스는 주로 세관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

분석 결과 작년 2월 550만 달러(약 73억원)에 이르렀던 러시아의 SALW 월수입액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같은 해 3월 76만8천 달러(약 10억원)로 급감했다.

하지만, 벨기에와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 11개국은 이후에도 적은 양이나마 러시아에 대한 SALW 수출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이들 EU 회원국이 러시아에 판매한 SALW 품목의 약 70%는 세관 품목분류(HS) 코드가 '9306'이었다고 38노스는 지적했다.

해당 HS 코드에 속하는 품목은 폭탄, 수류탄, 어뢰, 지뢰, 미사일, 탄약 등이다.



EU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병합을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무기 금수를 결정했고, 작년 4월부터는 크림반도 병합 이전 체결된 계약에 대해서도 이러한 조처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에스토니아 등 일부 국가는 제3국에서 수입한 SALW 품목을 러시아에 재수출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튀르키예와 인도 등 비(非) EU 회원국에 대한 무기조달 의존도를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

작년 3월 이후 러시아에 SALW 품목을 수출한 비 EU 회원국은 사실상 이 두 나라가 전부다. 튀르키예는 미국 주도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속한 동맹국이면서도 러시아에 SALW를 판매한 것이다.

인도는 작년 11월 폭탄과 어뢰 등을 의미하는 HS코드 '9306' 품목을 대량으로 러시아에 판 것으로 파악된다고 38노스는 짚었다.

38노스는 "일부 국가, 특히 비 EU 회원국들은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정치적 이익을 위해 러시아와 관계를 맺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튀르키예는 서방과 비(非) 서방국 사이에서 중재자로 행동하며 역내 영향력 확대를 꾀한다는 시각이 있다. 인도 역시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독립적 외교정책을 지속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38노스는 "EU에 (러시아에 대한) SALW 판매, 특히 지뢰와 어뢰, 수류탄, 미사일 등의 판매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동시에, 인도와 튀르키예로부터 러시아와 관계가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 후 대북제재 이행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EU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윤리적·국제법적으로 비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경제적 이익을 얻는다고 북한 정부가 인식한다면 서방의 '이중잣대'에 대한 북한의 불만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38노스 홈페이지에 실린 분석 보고서에는 유엔 컴트레이드 자료상으로는 2022∼2023년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했음을 시사하는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기간 북한에서 SALW를 구매한 국가는 폴란드가 유일했고, 금액도 약 5천500달러(약 730만원)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다만 북한은 수출입 자료를 유엔에 제출하지 않는 만큼 이것만으로 북한의 대러 제재 위반 여부를 파악하긴 힘들다고 38노스는 덧붙였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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