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 반려동물-보호자 간 서로 감염된다"
포르투갈 연구팀 "반려동물-보호자 같은 내성균 확인…대책에 반려동물 포함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항생제 내성 슈퍼박테리아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이들의 보호자 사이에서 서로 교차 감염된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포르투갈 리스본대 콘스탄사 폼바 교수와 줄리아나 메네제스 연구원(박사과정)팀은 17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 임상미생물학·전염병학회 총회'(ECCMID 2023)에서 반려견과 고양이, 보호자가 같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가진 사례가 포르투갈에서 6건, 영국에서 1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균 문제를 인류가 직면한 최대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약물 내성균 감염으로 연간 70만여명이 숨지는 것으로 추정되며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사망자는 2050년에는 1천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이 인간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항생제 내성 병원체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알려져 있으나 이를 확인하는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는 반려동물들이 보호자와 같은 항생제 내성균을 가졌는지 조사했다.
포르투갈 43가구에서 채취한 고양이 5마리와 개 37마리, 보호자 78명의 분변과 영국 7가구에서 채취한 개 7마리와 보호자 8명의 분변에 일반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대장균과 폐렴간균(Klebsiella pneumoniae) 같은 장내 세균이 있는지 검사했다.
특히 WHO가 중요한 항생제로 분류하고 있는 3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과 항생제 내성균 치료에 사용되는 카바페넴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에 초점을 맞췄다.
분석 결과 포르투갈의 반려견 한 마리에서 카바페넴 등 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일으키는 효소(OXA-181)를 생성하는 대장균이 검출됐다. 또 고양이 5마리 중 3마리와 개 37마리 중 21마리, 보호자 78명 중 28명이 3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 세균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양이가 있는 집 2곳과 개가 있는 집 6곳 등 8곳에서 반려동물과 주인 모두 세팔로스포린 내성 장내 세균이 검출됐고, 특히 6곳의 반려동물에서 검출된 박테리아는 이들의 보호자가 가진 박테리아의 DNA가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는 박테리아가 동물과 보호자 사이에서 교차 감염됐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박테리아가 반려견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것인지, 그 반대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에서도 개 한 마리가 3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과 카바페넴 등에 내성이 있는 대장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고 항생제 내성 장내 세균도 개 5마리와 고양이 8마리, 보호자 3명에게서 검출됐다.
개와 보호자 모두 항생제 내성 장내 세균이 검출된 2곳 중 한 곳은 개와 보호자가 가진 박테리아의 DNA가 유사해 상호 감염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메네제스 연구원은 "이 연구 결과는 매우 중요한 항생제인 3세대 항생제 세팔로스포린에 내성이 있는 박테리아가 반려동물과 보호자 사이에서 서로 감염된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며 "지역사회 항생제 내성균 확산 방지 대책에 반려동물도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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