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KB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반대"

입력 2023-03-09 06:09
수정 2023-03-09 06:53
세계최대 의결권자문사 ISS "KB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반대"

신한 진옥동 회장 선임엔 찬성…사외이사 8명 유임 반대 "지배구조·위험 관리에 실패"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를 보름여 앞두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주요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 선임과 신한금융그룹 8명 사외이사 연임에는 반대했지만, 신한 진옥동 회장 내정자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주주들에게 찬성을 권했다.

ISS는 세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지침)을 제시하는 의결권 자문 전문기관이다.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세계 양대 의결권 자문사로, 세계 투자자의 약 70% 이상이 ISS 의견을 유료 보고서 등을 통해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ISS 의견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외국인 주주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노조 추천 이사 선임 설득력 없다"…'낙하산 방지' 정관 개정에도 반대

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24일 열릴 주총의 제9호(임경종 사외이사 선임안) 안건과 관련,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유했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이하 노조)는 앞서 지난달 30일 KB금융그룹 이사회 사무국에 임경종 전 수은인니금융(PT KOEXIM MANDIRI FINANCE)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와 위임장을 제출했다.

노조는 "임 후보가 은행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실무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라며 "해외사업 부문 정상화를 위해 KB부코핀은행의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고 현지 영업력을 키워야 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적의 후보자"라고 추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ISS는 보고서에서 "결국 다른 사외이사 후보와 마찬가지로,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 여부는 그 후보가 주주의 이익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며 "이런 관점에서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만큼 9호 안건에 반대할 것을 권한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KB금융[105560] 노조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노조 추천 또는 우리사주조합 추천 등의 형태로 다섯 차례에 걸쳐 사외이사 후보를 내세웠지만, 모두 주주총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울러 ISS는 노조가 주주제안 형태로 발의한 8호 안건(정관 일부개정의 건)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노조는 '관치금융', '낙하산 논란'을 막기 위해 '최근 5년 이내 행정부 등에서 상시 종사한 기간이 1년 이상인 자는 3년 동안 대표이사(회장) 선임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정관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SS는 이에 대해 "노조는 8호 안건에서 정부의 영향력 등 그들이 주장하는 우려에 대한 설득력 있는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주들은) 안건에 반대하라"고 권고했다.



◇ "진 회장 내정자, 라임사태 재발방지책 마련…8명 현 사외이사진은 위험관리에 실패"

ISS는 23일 개최 예정인 신한금융지주 주총 안건들에 대해서도 찬·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우선 제3-1호 안건(진옥동 이사후보 선임)에 대해서는 찬성했다.

ISS는 보고서에서 "진 후보자(내정자)는 신한금융의 리스크(위험) 관리를 개선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고, 라임자산운용 사건과 관련된 고객 보상,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직원의 KPI(핵심성과지표) 개편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회장 후보를 반대하는 것은 회사의 가치와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찬성을 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8명의 사외이사(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유임(안건 제3-3∼제3-9호, 제4호)에는 반대했다.

ISS는 반대 이유에 대해 "신한금융지주의 현 사외이사진은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라임펀드 사태, 채용 비리 사태 등과 관련해 제대로 견제·감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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