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우크라전, 러 노리고 시작" 발언에 국제포럼 웃음바다
인도 싱크탱크 행사…피해국 코스프레에 '어이상실'
"서방 군사개입에 이중잣대" 비판에는 박수 보내기도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푸하하하하~"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전의 피해국이라는 주장을 꺼내다가 국제회의에서 웃음거리가 됐다.
3일(현지시간) 인도 외교부와 싱크탱크 옵서버리서치 재단(ORF)이 주관한 다자간 정치안보포럼 '라이시나 다이얼로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우리가 끝내려고 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을 이용해 러시아를 노리고 시작된 전쟁"이라고 말을 꺼냈다.
청중은 라브로프 장관이 미처 말을 매듭짓기도 전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라브로프 장관은 폭소에 당황한 듯 잠시 주춤하다가 "우크라이나 전은 에너지 정책을 포함한 러시아의 각종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을 이어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군이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 아래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면서 시작됐다.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전을 러시아가 다른 주권국 영토를 침범해 발생한 것으로 보고 가해국 러시아를 비판하고 있다.
유엔 총회는 우크라이나전 발발 직후인 작년 3월 2을 우크라이나 주권 침해를 비롯한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반 141-5, 압도적으로 가결한 바 있다.
이날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뻔뻔하게 뒤바꾸는 태도에 대한 황당함의 표현으로 읽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청중의 노골적 비웃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 옹호성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는 "러시아는 더는 서방의 그 어떤 파트너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들이 또 송유관을 날려버리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발생한 발트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발 사건의 책임이 서방에 있다는 설명이다.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은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가스를 직수출하는 주요 경로였으나 당시 강력한 폭발로 덴마크 및 스웨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해저에 설치된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4개 중 3개가 파손됐다.
러시아는 그간 이 사건의 배후에 서방 국가가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청중은 이날 서방의 군사 개입에 '이중 잣대'가 있다는 라브로프 장관의 주장에만큼은 박수를 치며 호응을 보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난 몇 년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이나 가져봤는가"라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그들이 하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물어본 적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미국, 독일 등 서방은 최근 미사일,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등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주력 전차까지 제공하면서 군사 지원 수위를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주요 20개국(G20) 외무장관 회의 이후 열린 라이시나 다이얼로그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등도 참석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번 포럼에서 라브로프 장관에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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