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체포하라" 반발에…中 신장자치구 주석 유럽순방 취소

입력 2023-02-15 10:22
"당장 체포하라" 반발에…中 신장자치구 주석 유럽순방 취소

런던·파리·브뤼셀서 방문 반대 시위 벌어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인권 탄압 논란의 중심에 선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석의 유럽 순방이 취소됐다고 폴리티코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15일 보도했다.

앞서 영국 가디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에르킨 투니야즈 신장위구르자치구 주석 겸 당 부서기는 13일(현지시간) 런던을 시작으로 파리와 브뤼셀을 방문해 현지 중국·인권 전문가들을 만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이들 세 도시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현지에서는 인권 운동가와 의회 의원들이 주축이 된 반대 시위가 거세게 펼쳐졌다.

특히 영국에서는 그가 런던을 방문할 경우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해야 한다는 요청이 현지 경찰 대테러 부서에 접수되기도 했다.

투니야즈 주석은 신장에서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들을 탄압하는 광범위한 캠페인을 주도한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그를 2021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영국 외무부 대변인은 SCMP에 "투니야즈가 영국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안다"며 "영국 정부는 중국이 신장에서 자행하는 용납할 수 없는 인권 유린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 영국 정부 소식통은 "우리는 투니야즈를 초청하지 않았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장관급 회의를 제안받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유럽연합(EU) 대변인은 SCMP에 "우리는 중국 대표단으로부터 투니야즈의 방문이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는 그의 방문이 신장의 인권 상황에 대한 EU의 오랜 우려를 직접 전달할 기회로 봤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투니야즈가 파리에서 열기로 한 간담회에 초대받은 이들이 "중요한 국내 문제로 인해 간담회가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파리와 벨기에서 중국 외교관들이 열기로 한 투니야즈 환영 파티에 초대받은 이들에게도 일정상의 이유로 행사가 연기됐다"는 이메일이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폴리티코는 "투니야즈의 유럽 순방은 신장 위구르족 탄압의 책임자에게 유럽이 레드 카펫을 깔아준다는 거센 비판 속에서 취소됐다"며 "일부는 그가 유럽에 있을 때 법적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SCMP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악화한 유럽과의 관계 복원에 절박한 상황에서 투니야즈의 방문 취소가 이번 주 진행될 여러 중국-유럽 외교 활동을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외교라인의 1인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14일부터 22일까지 프랑스, 이탈리아, 헝가리, 러시아 정부를 잇달아 방문한다.

이 기간 왕 위원은 독일 뮌헨안보회의(17∼19일)의 중국 관련 세션에도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다.

또 우훙보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는 이번 주 브뤼셀에서 EU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며, 17일에는 베이징 대표단이 브뤼셀에서 EU와 인권 대화를 개최한다.

서방 국가들과 유엔은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비롯한 이슬람교를 믿는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인권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유엔은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신장위구르자치구 내 중국 당국의 행위를 "인권에 반하는 범죄"라고 규정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것이며, 반중국 세력이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반박한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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