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우크라서 무기 생산 추진…현지 합작사 설립 논의"
텔레그래프 "우크라-英·나토 관계 강화 계기 될 것"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영국 국방산업 고위 관리들이 무기와 군용 차량을 우크라이나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우크라이나와 논의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이 논의에서 계약이 체결되면 양국 관계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가 한층 강화되는 계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방산업체 경영진들은 최근 라이선스 하에 현지에서 무기와 차량을 생산하는 합작회사 설립을 논의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산업체 경영진은 프랑스와 독일 등 다른 유럽 방산업체들도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영국이 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주 영국을 깜짝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리시 수낵 총리가 전투기 제공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나와 주목된다.
양국 간 방위산업 합작투자가 이뤄지려면 수낵 총리 서명이 필요하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서방에 보복 위협을 거듭해 왔으며, 우크라이나 국내 무기 생산 지원도 긴장을 고조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방전문가 프랜시스 투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서방이 무엇을 하든 러시아는 도발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새로운 공장이 우크라이나에 세워지면 러시아의 핵심적인 공습 표적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총리실과 국방부는 이에 대해 이는 산업 문제라며 논평을 거부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드 아널드 연구원은 그러나 "산업 협력은 긴밀한 국제 관계에 동력이 된다"며 "양국 논의는 처음에는 상업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지만 적어도 암묵적인 정치적 승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 장비 거래는 장기적 미래 협력을 암시하며 양국 간 유대가 전례 없이 강화될 것"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합의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유럽 안보 체계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는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나토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토 회원국은 다른 회원국이 러시아에 맞서 싸우도록 무기 제공을 넘어 적극적으로 방어에 참여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라이선스 하에 무기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은 수만 명의 방산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국내 방위산업을 러시아제 무기 중심에서 나토 표준 무기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영 방산업체 우크로보론프롬의 세르히이 마르코우스키 고문은 지난주 서방 대표들에게 나토 표준 서방 무기를 국내에서 생산하는 계약 체결을 원한다며 정부가 이 지역 안보 강화를 위해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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