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국방, 우크라 전투기 지원론에 "마법지팡이는 없어"

입력 2023-02-03 11:01
수정 2023-02-03 15:03
英국방, 우크라 전투기 지원론에 "마법지팡이는 없어"

탱크 지원엔 앞장섰지만 전투기엔 신중…"훈련에 수개월"

"우크라에 당장 필요한 것은 지상군"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는 방안에 "마법 지팡이는 없다"면서 신중론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잉글랜드 남부 해군 거점인 포츠머스에서 호주 국방·외교장관 회담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영국이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런 참혹한 분쟁에서 마법 지팡이는 없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투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으면서도 당장 우크라이나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투기가 아니라고 선을 긋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군이 전투기 훈련을 받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점 등 현실적으로 고려할 사안이 있다고 덧붙였다.

월리스 장관은 특히 우크라이나에 지금 필요한 것은 지상군을 강화하는 것이라면서 러시아 전술이 1차 세계 대전 당시 인해 전술과 비슷하다고 짚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인이 필요한 것은 러시아군을 물리치기 위해 제병 협동(두개 이상 병과로 구성된 연합) 전술을 활용할 지상군 대열을 조직하는 능력"이라며 "이것이 러시아가 현재 치중한 인해 전술을 부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영국이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주력 전차 제공에는 앞장섰지만 전투기에 관해선 거리두기를 고수해온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같은날 TV 인터뷰에서 영국은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데 우크라이나와 "늘 얘기 중"이라면서 "우리 바람과 목표는 우크라이나가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이는 장비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이와 맞물린 훈련 및 역량에 대한 것이며, 동맹국과 함께 그들의 승리를 확실하게 할 계획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총리 대변인은 조종사가 영국 전투기 사용을 훈련하는 데 아무리 빨라도 35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이날 언급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독일을 포함한 서방에서 탱크 지원을 약속받은 데 이어 이번에는 전투기를 지원해달라고 재촉 중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는 것에 찬성하냐는 질문에 "아니다"(No)라고 답했고 유럽 맹주를 자처하는 독일도 일단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다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보낼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칙적으로 배제한 것은 없다"면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서방 입장은 제각각 엇갈린 상황이다.

newgla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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