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터널 '불쏘시개' 아크릴 걷고 화재 견디는 재질로 바꾼다
58곳 소재 PMMA→PC·강화유리 교체…PMMA는 아예 금지, 대피로 설치 의무화
소재 교체로는 역부족 지적도…국토부 "인명피해 최소화 방향 대책 마련"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최평천 기자 = 정부가 최근 잇따르는 도로 방음시설 화재를 막기 위해 화재에 취약한 아크릴 소재가 사용된 방음터널의 재질을 교체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화재로 5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하자 긴급히 안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도로 방음시설 화재안전 강화대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전수조사 결과 전국에 설치된 170개 방음터널 중 58개(34%)와 1만2천118개 방음벽 중 1천704개(14%)에 화재에 취약한 PMMA(폴리메타크릴산메틸) 소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음터널의 경우 화재 발생 시 대피와 연기 배출이 어려운 밀폐형이 110개로 65%를 차지했다.
국토부는 우선 PMMA 소재를 사용한 방음터널 58곳을 화재 안전성이 높은 재질인 폴리카보네이트(PC)나 강화유리로 조속히 교체하기로 했다. 불에 잘 타는 PMMA는 방음터널 화재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토부 소관 고속도로와 국도 구간의 방음터널부터 소재 교체에 돌입하고, 올해 말까지 공사를 완료할 계획이다. 지자체 소관 방음터널도 교체계획을 수립하도록 해 내년 2월까지 교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국토부는 방음터널 58곳을 PC로 교체하면 최소 2천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정부 예산이 900억원가량 투입되고, 나머지는 지자체와 민간 사업체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방음터널 소재 교체 전까지 상부 또는 측면 방음판의 일부 철거, 소화설비와 진입 차단시설 설치, 피난 대피공간 확보 등의 임시 조치도 한다.
이미 PC 소재가 사용된 방음터널에 대해서는 화재 안전 및 방재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PMMA 소재 방음벽은 인근 주택 유무 등을 종합 검토해 소재 교체를 추진한다.
국토부는 향후 설치되는 방음시설이 화재 안전성을 갖추도록 PMMA 소재 사용 금지, 강재 지주의 내화 성능 확보, 피난문·비상대피로 설치 의무화 등의 설계 기준도 마련한다.
방음터널을 소방시설법상 '특정소방대상물'에 포함해 일반 터널에 준하는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도로안전법(가칭)을 제정해 화재에 안전한 자재·공법 인증제도, 도로 안전도 평가제도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도시계획을 세울 때 간선도로 주변에 업무시설이나 공원을 배치하도록 하고, 저소음 포장 등을 통해 방음 터널 설치도 억제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소재 교체라는 안전 대책을 내놓았지만, 밀폐형 터널 구조에서 화재 위험성을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어 방음터널을 상부 개방형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PC의 인화점이 450도에다 옆으로 불이 번지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소재 교체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화재 관점에서 보면 PMMA나 PC나 큰 차이는 없다"며 "차량 화재의 경우 불꽃 온도가 600~700도에 1천도까지 상승하기 때문에 PC도 불에 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연성 소재이면 (터널 내부) 열이 올라가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재료를 쓰고 대피로와 소화 시설을 강화해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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