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디커플링 가속…HPE, 칭화유니와 합작 IT장비업체 손 떼

입력 2023-01-05 11:39
미중 디커플링 가속…HPE, 칭화유니와 합작 IT장비업체 손 떼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가속하는 가운데 미국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가 중국과 합작한 정보기술(IT) 장비업체에서 손을 뗀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대기업 칭화유니그룹은 전날 상하이 증시에 HPE와 합작한 H3C의 지분 49%를 HPE로부터 매입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지분 인수가 완료되면 H3C는 100% 칭화유니 자회사가 된다. 칭화유니 그룹의 자회사 UNIS가 해당 지분을 사들일 예정이다.

H3C의 역사는 지난 20년간 미중 관계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H3C는 2003년 미국 통신회사 3컴과 중국 화웨이가 합작법인으로 만들었다. 이후 3컴은 화웨이의 지분을 인수해 H3C를 장악했다.

당시 3컴과 화웨이는 시스코시스템즈(시스코)에 대항하고자 손을 잡았으며, 이를 통해 화웨이는 다양한 저작권 분쟁에서 해방됐다.

화웨이는 2008년 3컴을 다시 인수하고자 시도했지만, 미국 당국이 안보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무산됐다. 이후 미국은 중국군과 연계됐다며 화웨이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

2010년에는 휴렛팩커드(HP)가 3컴을 인수해 H3C를 자회사로 만들었다.

그러나 2013년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를 사이버 감시해왔다는 전 미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 이후 중국이 엄격한 사이버보안 규정을 적용하자 HPE는 2016년 H3C 지분 51%를 칭화유니에 매각하며 활로를 모색했다.

HPE는 2015년 말 HP에서 분사해 기업서비스로 특화한 기업이다. HPE는 중국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중국 정부의 까다로운 규정을 비껴가고자 했다.

하지만 이후 7년간 미중 간 기술 경쟁이 붙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 합작 회사의 운명도 다시 달라졌다.

미국은 1년 전 H3C와 제휴한 반도체 기업을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올리며 압박을 가했다.

미국은 지난달에도 중국 국영 반도체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중국 기업 36개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그 직후 애플 제품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칭화유니에 대한 투자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폭스콘이 미국 정부의 압박을 느껴 투자를 철회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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