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기 못받아'…러 업체, 에어버스 상대 선급금 반환 소송
제재 탓에 러시아 내 유사 사례 다수…추가 소송 제기될 수도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최수호 특파원 = 러시아 항공기 임대업체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제재로 서방 제조업체와 계약한 여객기 구매 물량을 공급받지 못하자 선급금 반환 소송에 나섰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19일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와 인테르팍스·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방산업체 로스텍의 자회사인 항공기 임대업체 '아비아카피탈-세르비스'(AKS)는 지난 13일 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를 상대로 한 선급금 반환 소송을 모스크바 중재법원에 제기했다.
앞서 2015년 AKS 측은 A350 여객기 17대를 구매하기 위해 에어버스와 계약을 체결하고 선급금으로 2억 달러(2천600억 원)를 지불했다.
AKS는 구매한 A350 여객기를 러시아 국영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에 임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후 러시아를 상대로 한 서방 제재가 시작되자 AKS 측은 지금까지 에어버스로부터 단 1대의 여객기도 받지 못했다.
AKS 관계자는 "계약 불이행 후 에어버스 측에 선급금을 돌려달라는 통지를 여러 차례 보냈지만 소용이 없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전체 선급금 가운데 반환을 요구한 금액이 얼마인지는 구체적으로 전해지지 않았다.
코메르산트는 AKS뿐만 아니라 러시아 내 다른 항공사와 항공기 임대업체 등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부닥친 까닭에 향후 서방 항공기 제조업체 등을 상대로 한 유사 소송이 추가로 제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아에로플로트의 경우 2007년 이후 에어버스와 A350 여객기 22대를 공급받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아에로플로트는 현재 운행 중인 보잉 777기종을 공급받은 물량으로 점진적으로 교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에 따라 지금까지 공급받은 여객기는 7대에 불과하다. 아에로플로트가 에어버스로부터 여객기를 받은 것은 지난 2월이 마지막이다.
이와 관련해 아에로플로트 측은 에어버스를 상대로 선급금 반환 소송을 제기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지난 4월 러시아 지역 항공사 '아지무트'도 에어버스 A220-300s 6대를 공급하기로 한 미국 항공기 임대업체로부터 선급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우랄항공' 역시 보잉 737맥스 기종 14대에 대한 공급 차질이 빚어지자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선급금 반환 협상을 벌였다.
코메르산트는 관련 전문가 등을 인용해 현재 러시아 항공사 및 항공기 임대업체들이 돌려받지 못한 선급금 규모는 수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이 금융 등 분야에서 러시아 회사들과의 거래를 금지한 이유 등으로 러시아 항공사 및 항공기 임대업체가 선급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고 했다.
또 제재 상황에서 이 문제를 외국 법정에서 다투는 일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러시아 항공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 후 계속되는 서방 제재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미국 등은 제재방안 가운데 하나로 러시아 항공사들을 상대로 한 부품 공급과 기술 지원 등을 통제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러시아 항공사들은 서방에서 수입한 항공기 유지·보수에 필요한 대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일부 항공기 운항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서방에서 수입한 여객기들을 대체할 자국산 항공기 제조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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