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퇴출에 가상자산시장 '흔들'…"상폐기준이라도 공개해야"

입력 2022-12-08 17:43
수정 2022-12-08 18:56
위믹스 퇴출에 가상자산시장 '흔들'…"상폐기준이라도 공개해야"

위메이드·닥사 진실 공방 속 가격 급등락…투자자만 피해

닥사 '밀실 논의' 지적 나와…"견제 장치 부족하다" 의견도

국회서 잠자는 가상화폐 법안…금융당국 "모니터링 중"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위메이드[112040]가 만든 가상화폐 위믹스가 8일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퇴출당했다.

위믹스가 지난 10월 27일 처음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42일 만이다.

한 달 가까이 소명 절차가 계속된데다 거래지원 종료(상장 폐지) 결정 이후에는 위메이드와 거래소 간 진실 공방까지 이어지면서 국내 거래소에서 위믹스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했다.

가상화폐 업계 안팎에서는 규제가 업계 자율에만 맡겨진 탓에 상장 폐지 기준 등이 명확히 공개되지 않아 투자자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위믹스 결국 상장폐지…진실공방 속 가격 급락으로 투자자만 피해

위믹스는 이날 오후 3시부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소속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에서 상장 폐지됐다.

닥사는 지난 10월 27일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16차례의 소명을 거쳐 지난달 24일 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닥사 회원사에 제출된 위믹스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소명 기간 제출된 자료에 오류가 발견되는 등 프로젝트 내부 중요 정보 파악·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위메이드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개념인 가상자산 유통량을 문제 삼아 상장폐지를 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냈고, 결국 업비트 등 거래소와 위메이드 간 진실 공방은 법정까지 이어졌다.추가 유통량을 놓고 위메이드와 거래소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지만, 법원은 담보로 제공된 양을 포함해 총 3천700여만개의 위믹스가 추가로 유통된 것으로 인정했다. 유통 당시 가격인 2천500원을 적용하면 934억원에 달하는 수량이다.

법원은 '유통량'이 가상자산 투자자 판단에 매우 중요한 정보라고 전제하면서 계획된 유통량을 초과한 것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위믹스 가격은 투자유의 종목 지정 이전 2천500원대였다가, 유의 종목 지정 이후 1천7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어 지난달 24일 상장폐지 결정 이후 500원대로 밀렸다가 다시 1천100원대까지 올랐으나, 결국 이날 상장폐지 직전 200원대까지 급락했다.

위믹스 거래의 90% 이상이 닥사 소속 거래소에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투자자 보호' 내세웠지만…닥사 '밀실 논의'가 시장 혼란 키워

법원이 거래소들의 손을 들어주기는 했지만, 가상화폐 업계 안팎에서는 거래소가 상장·상장 폐지 기준을 명확하게 공개하지 않으면서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자율 규제와 투자자 보호를 앞세워 닥사가 출범했으나, 거래소의 '깜깜이 상장', 명확한 기준 없는 상장 폐지 문제는 여전하다.

닥사는 거래지원 관련 공동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운영 중이고, 유의 종목 지정의 경우 공동대응할 만한 사안이면 그때그때 회원사 간 논의를 한다는 입장이나 가이드라인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논의 과정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금융위원회와 닥사에 확인한 결과 닥사의 거래지원 심사 공통 가이드라인은 금융당국에도 공식적으로 공유되지 않았고, 내부 정보 사전 유출에 대한 절차 규정도 없었다.

양 의원은 "거래소 간 공동대응의 기준이 밀실에서 만들어지는 가이드라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고, 만약 협의체 중 일부 의견이 강하게 반영돼 주관적·자의적 결정이 이뤄지더라도 이를 사전에 방지하는 견제 장치가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도 "상장 자체는 영업 비밀이라고 해도, 상장폐지와 유의 종목 지정 등은 기준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악용 우려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야 발행사들도 맞춰서 조심할 수 있고, 시장 투명성도 높아지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양정숙 "핀셋 규제라도"…금융당국 "닥사 투명한 운영 노력해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가상화폐 규제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관련 법안 발의가 잇따랐고, 현재 가상화폐 관련 법률안만 17건이 계류돼있다.

금융당국도 관련 법안을 빨리 제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외 규제 동향을 점검하고 시행령 등 하위 규정을 마련해 법을 시행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양 의원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잡음이 나오는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닥사의 결정을 신뢰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핀셋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향후 입법과정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역시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이번 위믹스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을 둘러싼 이번 공방과 관련해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가상자산 회계처리 지원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닥사가 내·외부의 공평한 기준에 맞춰서 조치한 거라면 그 기준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한번 봐줄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소송 과정을 통해 제기된 사항들을 고려해 닥사가 보다 높은 책임 의식을 갖고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가상화폐 유통량 정의, 공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쟁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가상자산시장에 통용되는 유통량 기준이 없고, 의무공시제도 등도 도입되지 않아 정보 격차에 따른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유통량 정의·투명한 공시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s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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