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란 정책, 핵협상 아닌 대러 무기공급 저지 등에 집중"
말리 이란 특사 "지금 당장은 러로의 무기공급 막는 것 등이 더 중요"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국은 대(對)이란 정책에서 이란 핵 합의를 복원하는 문제가 아닌 이란 무기의 러시아 공급을 저지하는 것 등 다른 현안들에 집중하고 있다고 로버트 말리 미 국무부 이란 특사가 3일(현지시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말리는 이날 로마에서 한 인터뷰에서 "이란은 합의를 체결하는 데 관심이 없다"며 핵 합의 복원을 미국의 대이란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말리 특사는 "지금 당장은 이란이 러시아로의 무기 공급을 단념시키고, 방해하는 것과 이란 국민들의 근본적 열망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으로도 불리는 이란 핵 합의는 2015년 미국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 등 서방과 이란이 체결했으나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일방적으로 이를 파기했다.
미국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핵 합의를 복원하기 위한 협상을 개시했으나, 협상은 막판 이견 속에 교착 국면에 빠진 상태다.
이란은 최근 우라늄 농축 활동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의 감시를 방해하고 있다.
지난달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는 이란 내 미신고 지역 3곳에서 핵물질이 검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이란이 성의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이들 장소에 대한 핵물질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란은 핵 합의 협상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IAEA 조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과 동맹국들은 이런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말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합의 협상에 대해 수용 불가능한 요구를 계속 들고 온다면 미국이 거기 집중할 이유가 없다며 "되돌아가서 기만당하는 일을 계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럽연합(EU)과 이란 정부 관계자들 사이의 접촉은 계속되고 있으며 협상이 형식상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지난 8월 말을 마지막으로 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고도 밝혔다.
말리는 현재 미국의 목표는 이란에서 러시아로 무기 전달이 이뤄지는 것을 "저지하고 지연하고 억제하고 제재하는 것"이라며, 이란이 러시아에 미사일을 공급하거나 러시아 내 군사 생산 시설 건설을 지원한다면 "새로운 선을 넘는 일이 될 것"이라고도 경고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란산 무기를 쓰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우크라이나 공격에서 이란산 드론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의존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지난달 테헤란에서 이란 최고위 지도자들과 만난 바 있다.
limhwaso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