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광장비 1위 ASML "韓에 R&D센터·제조시설도 검토"(종합)

입력 2022-11-15 14:20
수정 2022-11-15 15:30
반도체 노광장비 1위 ASML "韓에 R&D센터·제조시설도 검토"(종합)

화성에 뉴 캠퍼스 구축…베닝크 CEO "한국산 부품비중 50%까지 높일 것"

이재용 회장과 회동하는지 질문엔 "늘 고객을 만난다"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는 경기도 화성에 건립할 반도체 클러스터 '뉴 캠퍼스'를 통해 한국 반도체 기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베닝크 CEO와 ASML 코리아의 이우경 대표이사는 1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뉴 캠퍼스와 관련한 투자계획 등을 설명했다.

베닝크 CEO는 16일 화성에서 열리는 뉴 캠퍼스 기공식 참석차 방한했다.

ASML이 2천400억원을 들여 2024년 말 완공 예정인 뉴 캠퍼스에는 심자외선(DUV)·극자외선(EUV) 노광장비와 관련한 부품 등의 재(再)제조센터와 첨단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트레이닝 센터, 체험관 등이 들어선다.

베닝크 CEO는 뉴 캠퍼스와 관련 "한국 고객의 비즈니스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고객사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재제조 사업도 대규모로 할 것이기 때문에 고객사와 가깝게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재제조를 통해 부품 현지 조달이 가능해지고 한국에서 협력사 기반이 더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제조센터는 고장이 나거나 성능이 떨어진 부품을 활용해 새로운 장비를 만드는 시설이다.

ASML은 또 국내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산 수리 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을 10%에서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에 연구·개발(R&D) 센터와 제조시설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베닝크 CEO는 "향후 한국에서 R&D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기술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우선 재제조센터로 시작하고, 지식 이전에 5∼10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이후 제조 기반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ASML은 한국에서 향후 10년간 1천400명을 추가로 고용해 사업 기반을 넓힐 예정이다.



ASML은 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업체다.

노광 공정이란 미세하고 복잡한 전자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려 넣는 기술로, EUV 노광장비를 활용하면 짧은 파장으로 세밀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EUV 노광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도 올해 6월 유럽 출장 당시 ASML 본사를 방문해 베닝크 CEO 등 ASML 경영진을 만난 바 있다.

베닝크 CEO는 이번 방한 기간 이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베닝크 CEO는 "내일 이재용 회장을 만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우리는 늘 고객을 만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베닝크 CEO는 또 ASML의 장비 수급 상황과 관련 "내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장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긴 어렵다"며 "장비 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이 경기 침체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EUV 장비 수요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그렇다고 출하량을 단숨에 급격히 늘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베닝크 CEO는 "내년까지 주문과 출하량을 보면 수요에는 문제가 없다"며 "협력사와 더 많은 장비를 생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시장 전망과 관련해서는 "내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반도체 산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9%씩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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