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12시간 방중…"러 핵무기사용 반대 끌어냈지만 한계"
서방지도자로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방문
(베를린=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4일 안팎의 우려 속에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끌어내는 등 할 말을 하긴 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오전 베이징 공항에 도착해 방호복을 입은 중국 보건당국 인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마치고 12시간짜리 방문 일정을 개시했다.
숄츠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이자,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서방 지도자다. 미국과 유럽 주요국이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중국의 강경 기조에 맞서는 가운데 그가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중국방문에 나선 데 대해 독일 내부에서는 물론 미국과 프랑스, 유럽연합(EU) 등 동맹국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날 숄츠 총리와의 회담에서 유럽에서 핵무기 사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는 함께 핵무기를 사용 또는 사용위협에 반대해야 한다"면서"아시아와 유럽에서 핵 위기가 출현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앞서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거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중국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해주기를 희망해서다.
시 주석은 국제무대에서 아직 푸틴 대통령에게 이렇다 할만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일 수 있다고 독일 언론은 지적했다.
숄츠 총리는 시 주석에 이어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 이후 성명에서 "중국과 독일 정부는 러시아의 핵 위협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은 전 세계 각국의 '레드라인'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는 중국이 독일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곧 끝나기를 희망한다며 우리는 추가적 긴장 고조를 용납할 수 없으며, 양측은 평화협상을 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숄츠 총리는 이 밖에 다른 국가에는 영속적인 시장개방을 요구하면서 스스로는 봉쇄하는 중국에 경제 관계에 있어 눈높이를 맞출 것을 요구했고, 대만에 대한 강제적인 전진에 대해 경고했으며, 신장지역에서의 위구르족에 대한 가혹한 인권탄압도 거론했다.
이날 숄츠 총리는 중국 야권 인사나 인권운동가 등과는 만나지 못했다. 중국의 코로나19 규정 때문이다.
독일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이와 관련해 숄츠 총리가 해야 할 말을 한 것은 안팎의 강력한 비판에 직면한 입장에서 꼭 필요한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중국 방문이 옳고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하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시각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숄츠 총리가 폭스바겐과 지멘스 등 12개 독일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동하고 예방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중국 방문에는 독일 정부의 새로운 대중전략이 매설되지도 않았다. 아직 새로운 대중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의 대중 정책의 일부이지도 않았다. 이에 따라 이는 실패한 독일의 대러 정책을 교훈 삼아 중국에 대해 새롭고 현실적인 대응에 나서는 기점으로 기억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SZ는 지적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은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서방 국적자에게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허용한 것 외에 숄츠 총리가 거론한 대만 문제나 신장지구, 기후변화와 무역 등에 관해서는 단기방문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게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FAZ는 결정적인 것은 유럽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서방 진영, 또는 미국과 중국 사이 어느 지점에 스스로를 위치 지우느냐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경우 독일은 잘못된 선택을 했고, 이런 잘못은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독일 대표단을 베이징까지 실어나른 에어버스 A340은 이후 조종사들이 중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규정에 따른 격리를 피할 수 있도록 서울로 비행했다가 다시 베이징으로 돌아와 대표단을 태워 독일로 복귀 중이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